(320)-자연식의 참뜻(10)홍문화<서울대명예교수·약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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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늘날 과학과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자연을, 전연 무시하고 사람이 만들어 낸 인공환경 가운데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아폴로 우주인이 달표면을 걸어다님으로써 확증되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생활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을 보면 자연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 얼마든지 있음을 볼 수 있다. 옛날 효자는 병든 어버이가 겨울 엄동에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하면 불가능한 요구에 울어야했지만 오늘날은 눈내리는 것을 보면서 딸기를 먹고 참외를 깎아먹는 세대가 되었다.
이처럼 우주여행을 하고 계절을 초윌하는 생활을 즐길수 있는 시대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또 하나 엄연한 사실은 사람의 호흡·수면·음식·섹스…등은 생물의 기본적 원칙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온·기압·습도·바람·비…등의 기상조건이 달라지면 우리나라 전체가 독감환자의 기침소리로 가득차게 되며 병원이나 약국이 문전성시릍 이루게 된다.
이와같이 자연을 극복한 것 같으면서도 사람이란 결국 자연과 환경의 지배를 받는 생물이라고 하는 점에 생명의 신비가 있는 동시에 자연식이라는 개념도 생겨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후풍토·민족·습관·체질등을 무시하고 식생활이나 건강법이 성립될 수 없다.
자연식의 정의를 간단히 내린다면 「자기가 살고있는 토지의 그 계절에 자연적으로 재배, 또는 생산되는 식품을 되도록 가공을 간단히 하고 신선한 상태에서 먹는 것이 자연건강식의 가장 기본되는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가 생선을 날 것으로 잡아먹는 습관을 버리고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과일이나 채소만을 먹든가, 또 이와 반대로 열대지방 주민들이 일체 자기고장의 과일이나 채소를 먹지 않고 에스키모의 흉내를 내어 피가 흐르는 생선을 통째로 뜯어먹는다면 어떻게될 것인가.
우리민족이 장구한 세윌에 걸쳐 생명을 건 인체실험(?)을통해 나쁜 것은 도태되고 적성에 맞는 것만 정착된 우리의 전통식사를 무조건 배격하여서는 아니된다. 어디까지나 전통음식을 기본으로 하여 현대 영양학을 도입한 식사법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자연건강식의 핵심이 되어야한다.「남성은 새것을 좋아한다」는 영화제목도 있지만 생명의 원동력이 되는 음식만은 듣도 보지도 못하던 새것은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몸에 적응이 되지 않아 위험하다..
요는 우리가 겨울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겨울로 오가면 몸에 병이 생기듯이 음식도 너무나 새로운 것으로 자주 바꾸게 되면 병이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연식의 기본이념은 자기자신과 비슷한 풍토에서 성장한 식물이나 동물을 음식물로 해서 섭취한다는 뜻이지 이상한 식품을 이상한 방법으로 먹자는 의미는 아니다. 신의 섭리는 하찮아 뵈는 음식물에까지도 스며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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