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어느날, 소련의 타스통신은 이런 급전을 내보냈다.
『동장군이 엄습하면서 구세군트럭 2대가 매일 저녁 수도의 거리를 누비고 있다. 트럭이 멈추는 곳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고, 구세군 사람들은 이들이 내미는 주발에 한 조각의 빵, 치즈와 함께 국을 퍼주고 있다.』
바로 파리의 이야기다. 타스통신은 이 같은 내용과 함께 파리의 거렁뱅이가 20만 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 보도직후 타스통신측은 파리의 부랑자가 20만명이 아니라 2천명이라고 정정했지만 소련보도기관으로선 아뭏든 물실호기의 「횡재」 기사였을게 틀림없다. 사실 파리의 구세군이 헐벗은 사람들을 위해 이 같은 급식차를 등원한 것은 꼭 반세기만의 일이다. 이른바「민중의 국」「밤거리의 국」으로 불렸던 구세군의 급식차는 경제공황이 한참이던 1920∼30년사이 파리거리에 등장했다가 31년이후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데 영영 사라진줄 알았던 「민중의 국」 이 이번 겨울 다시 파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나 일 않고 비럭질하며 지내는 부랑자가 있게 마련이지만 요즘 파리거리엔 이런 부랑자뿐 아니라 「누보·레·미제라블」 (새로 등장한 비참한 사람들) 이 나날이 늘고있다.
가톨릭구호단체의 한 책임자는 82년 한햇동안 파리에서만 1만1백20가구가 구호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79년의 4천4백만 가구에 비하면 두배 이상이나 는 셈이다. 파리의 부랑자들도 76년4천7백명에서 지금은 약8천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프랑스의 여론조사기관인 IFOP여론조사는 지난5년간 극빈자가 84%나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중65%가 25∼50세의 한창 일할 나이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구공시(EEC)의 통계에서도 프랑스는 역내국가 중 아일랜드·이탈리아 다음으로 가난한 나라다. 2백만명을 돌파한 실업증가가「누보·레·미제라블」을 양산한 것이다.
각 신문들이 「레·미제라블」특집을 계속하고 있고「미테랑」대통령이 최근 주요구호단체책임자들과 만나 효과적인 구호를 당부했는가하면 정부가 긴급구호대책을 발표해야 할 만큼 극빈자문제는 프랑스의 골칫거리가 되고있다.
『모든 것을 부자들에게 물리겠다』고 공약했던「미테랑」사회당 정부의 각종 부의 재분배정책에도 불구, 실업자는 계속 늘어나는가하면 부유층은 여전히 사슴과 멧돼지사냥을 즐기며 호화판 생활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