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암벽등반·영어토론…활동 다양한 캠프가 좋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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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방학을 앞두고 각종 매체에서는 다양한 캠프 광고가 쏟아집니다. 단기간에 영어실력을 키워준다는 영어캠프부터, 진로나 국토순례, 과학캠프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잘만 고르면 방학 중의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계기도 되지만, 꼼꼼하게 고르지 않으면 허술한 커리큘럼과 부실한 식사에 실망만 하고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 캠프를 다녀왔을까요? 직접 다녀온 소중 독자들의 생생한 후기를 모았습니다.

[일러스트=강일구]

숲 속에서 명상하고 농구·수영

이유찬(서울 개일초 5)군은 1년 전 초등학교 4학년 때 ‘깊은산속 옹달샘 링컨학교’를 다녀왔다. 영어캠프지만 장소가 명상하기 좋은 숲 속에 위치해 자연과 한 몸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식단도 자연식이다. 프로그램은 꿈·명상·동기부여에 초점을 둔다. 강동교육청 토론캠프에 참가했던 조유빈(서울 버들초 5)양은 학습내용이 알찼다는 면을 장점으로 꼽았다. 교육청이 다양한 자료를 지원해 토론에 대한 흥미가 생기도록 학생들을 지원했다. 김혜선(수원 천천초 6)양은 지난 여름방학에 2박 3일간 참여한 가야금 캠프를 추천했다. 평소 1주일에 한 번씩 배웠던 가야금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수 있었다. 선생님과 일대일로 배우는 시간이 많아 캠프를 마친 뒤 실력이 부쩍 향상됐다.

종교단체에서 진행하는 캠프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교회에서 진행하는 캠프는 대개 성경을 공부한 뒤 다양한 체육활동을 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정상철(신백현초 5)군은 “친한 교회 친구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수영을 하며 노는 시간이 좋았다”고 말했다. 임소정(서울 잠전초 5)양은 “교회에서 진행한 캠프가 다른 곳에 비해 시설이 깨끗하고 쾌적했다”며 “신앙프로그램 뿐 아니라 농구와 축구·야구·배구를 즐기고 바비큐로 식사한 뒤 캠프파이어까지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해외서 친구 사귀며 생활영어 배우기도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해외캠프를 꼽은 독자도 있었다. 김태윤(서울 중대부초 6)양은 초등 3학년 때 미국에서 참여한 ‘YMCA 캠프’를 추천했다. 4주가 넘는 장기 프로그램이었지만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뛰어 노는 커리큘럼이 마음에 쏙 들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방문하는 아이스크림 트럭에 2달러를 내고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워터파크나 수영장에 가서 친구들과 물속에서 덤블링을 하며 인어공주마냥 신나게 놀았다. 파자마를 입고 담요와 베개·인형 등을 가지고 한곳에 모여 친구들과 피자를 먹고 영화를 보며 코코아를 마시는 날도 있었다. 캠프파이어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동물원 가기, 팔찌 만들기, 체조와 피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김상민군이 지난 겨울 참가했던 해외 대학 캠프. 다양한 영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김상민(서울 신명중 2)군은 지난해 미국에서 4주 동안 참여했던 ‘밴더빌트 대학 캠프’를 추천했다. 해외에 가서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꿈이 진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어로 단체생활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분도 좋았고, 한국에서 친구들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계급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김군은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으로 락 클라이밍(암벽등반)을 꼽았다. 친구들과 조를 짜 시합하면서 평소 운동을 귀찮아 했던 자신의 모습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캠프에서 영어로만 대화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형식적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단기간에 생활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불결한 시설과 지루한 커리큘럼

예상보다 형편없는 캠프의 프로그램과 시설탓에 실망한 독자들도 있었다. 신모양은 ○○ 영어마을 캠프에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불쾌하다고 말했다. 숙소 화장실은 악취가 심하고 식판이나 수저의 위생도 청결하지 않았다. 그는 “영어로 이뤄진 몇몇 수업은 재미있었지만 선생님들이 우리를 귀찮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 정동진 캠프에 참여했던 김모양은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3시에 강제로 일어나 눈이 가득 쌓인 산을 새벽 4시부터 한시간 넘게 걸었다”며 “너무 추웠지만 안개가 껴 결국 일출을 보지도 못했다”며 최악의 캠프로 꼽은 이유를 밝혔다.

○○천문대 캠프에 참가했던 김모군은 “이름만 천문대 캠프일 뿐 관련된 지식을 거의 알려주지 않았다”며 “교관은 강압적이었고 참가자들은 할 일 없이 시간만 보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천문대는 갈 때마다 바뀌지 않는 지루한 커리큘럼 탓에, 강압적으로 참가자를 대했던 리더십 캠프와 불친절한 스키캠프 등도 불만족스러운 캠프의 사례로 지적됐다.

이런 캠프 어디 없나요?

●제가 좋아하는 문학작품이나 작가와 관련된 곳을 찾아가는 캠프에 참여하고 싶어요. 셰익스피어나 브론테 자매의 작품향기를 느낄 수 있는 문학탐방 말이죠.(이해인, 과천 홈스쿨링)

●같이 숙소를 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고르는 캠프를 가고 싶어요. 장소는 해외가 좋겠죠? 잠자는 시간이 제한돼 있지 않고, 건물이 아닌 텐트에서 자는 캠프도 근사할 것 같아요.(안민영, 신가초 5)

●유럽에서 봉사활동 하는 캠프가 있다면 좋겠어요.(김태윤, 서울 중대부초 6)

●장기간이 아니면 배우기 힘든 어떤 기술을 기간 동안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캠프가 있으면 좋겠어요.(김혜선, 수원 천천초 6)

글=이지은 기자 , 사진=김상민(서울 신명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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