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관광"이대로 좋은가|현지에서 본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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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매일 낮12시40분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일본 대만발 KAL721편을 오전반 세관원들은 「마지막 물배」라고 부른다.
하오 2시에 오후반과 교대하는 오전반 세관원들은 과다물품반입자가 많은 721편 입국자들의 짐검사가 끝날 쯤이면 교대시간이 된다고 해서 마지막 물배라 부른다는 것. 하루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20여편의 항공편중 세관원들에게 지목된 물배는 9∼14편 정도.
취업자 노선인 중간편이 가장 물품반입량이 많은 편이지만 구주노선을 제외하고는 입국자 숫자에 따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한일노선, 미주노선, 동남아노선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미주노선의 경우 747점보기로 입국하는 4백여명의 통관검사를 하려면 40여개의 검사대를 총동원해도 최소1시간30분∼2시간은 걸린다는 세관원들의 설명.
3일 KAL722편으로 입국한 박순남씨(33·주부·서울 반포동)는 김포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외여행쇼핑의 대표적인 케이스.
성지순례명목으로 일행 16명과 2주간 홍콩∼방콕∼대만∼일본을 여행한 박씨의 짐은 삼소나이트대형가방 1개, 높이 70cm쯤의 돼지백 1개, 전기밥솥박스 1개 등.
이밖에 홍콩에서 산 런던포그 바바리코트와 이탈리아제 구치부츠·프랑스제 카르티에 손목시계는 이미 몸에 지녔고 프랑스제 젤린·핸드백과 기내에서 산 넥타이 2개·양주1병·담배2보루·향수2병이 든 비닐쇼핑백은 휴대품으로 들었다.
가방의 내용물은 박스 속의 6인용 일제 상인표 전기밥솥을 제외하고 전기믹서기·전기프라이팬·전기고대기·캐논카메라·워크맨카세트·우황청심환 50알·녹용1냥·병풍자수포8장·상아도장 2개·니나리치 선글래스·시세이도화장품세트 등 화장품류·게브랄티 3병·헤드래킷 2개·전자시계와 목걸이시계·체코제 크리스탈장식품·의류 등.
이중 9종류를 유치한 세관원은 박씨가 쇼핑한 물건으로 보아 출국 때 외화소지한도액 3천달러보다 1천∼1천5백달러는 더 숨겨 나왔으리라고 추측했다.
현재 내국인 해외여행자에게 허용된 면세통관은 해외에서 구입한 물건이 층10만원이 넘지 않는 범위.
그러나 해외출장이 찾은 비즈니스맨을 제외하고는 면세통관범위를 넘지 않는 여행객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세관원들의 솔직한 지적이다.
지난 한해동안 해외여행을 한 내국인은 1백57만명으로 이들이 해외에서 구입한 물건은 3천2백70억원 어치. 여행자 1인당 20만8천여원어치를 구입한 셈이다.
이 같은 액수는 식품류·주방기구류 등. 수입이 허용돼있는 잡화 1백31종의 82년도 정상수입액 1천3백84억원의 2·4배.
해외여행자가 쇼핑한 물건 중 김포공항을 통해 여행자 휴대품(82년도 내국인 입국자 49만명)으로 들여온 외래품만도 액수로 l천20억원 정도.
무게로는 내국인 한 사람당 35kg을 휴대, 매일 김포공항 (하루평균 내국인 입국자 1천1백명)에서 3t트럭 13대분인 35·8t의 외래품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김포세관에 유치된 물건은 81년보다 33·3%가 늘어난 13만9천6백15건에 세액은 1백63억8백여만원.
세관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해외여행자유화로 여성들의 해외여행이 늘어서인지 여성들의 유치품이 남성에 비해 1∼1·5배 가량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유치품 내용에서도 반증된다.
최근 여행자휴대품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오디오제품과 전기밥솥은 지난해 유치된 것이 8만3천3백51건에 2백11억6천만원어치.
이중 여성입국자의 필수휴대품(?)인 전기밥솥이 1만5천2백개에 15억3백28만원어치나 됐다.
또 7일부터 과다물품반입을 억제하기 위해 김포세관에서 시행된 70kg이상 휴대품에 대한 서울세관 이송통관조치에서도 7, 8일 이틀간 유치이송 된 37명중 31명이 여성입국자였다.
특히 이들 중에는 5명이 주부로 최고로 물건반입량이 많았던 차모씨(38·주부)의 경우 짐이 7개에 무게가 무려 1백59kg이나 됐다.
세관관계자는 『내국인의 쇼핑량이 많은 것은 여권발급 때의 출국목적과는 다른 해외여행을 하는데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입국 때 세관통관을 강화하는 물리적인 조치도 쇼핑량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겠지만 출국 전부터 위장출국을 가려내는 제도적인 장치와 출국에 앞서 소양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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