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해에서 제철을 맞은 양미리는 ‘동해안 까나리’다. 동해안의 양미리와 서해안의 까나리는 같은 종류의 생선이란 말이다. 양미리나 앵미리는 까나리의 강원도 방언인 셈이다. 하지만 동해 바닷가에서 양미리를 까나리라고 하면 괜히 아는 체 한다며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남해안에서도 큰 까나리를 양미리라 부른다. 어린새끼는 곡멸(曲蔑)이라고 불린다. 새끼를 말리는 도중 모양이 반원처럼 휘어져서다. 이렇게 말린 까나리는 마른 멸치 대용품으로 유용하다.
서해안에선 주로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근다. 동해안에선 겨울에 다 자란 양미리를 잡아 굽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졸여서 먹는다.
양미리는 ‘양’과 ‘미리’의 합성어로 양(洋)은 바다, 미리는 용처럼 생긴 미꾸라지를 일컫는다. ‘바다 미꾸라지’란 뜻이다. 하지만 등이 푸른 붉은 살 생선인데다 배는 은백색이고 주둥이가 뾰족해 미꾸라지보다 꽁치에 더 가깝다.
양미리는 한국·일본·사할린·오호츠크 해 등에 분포하며, 몸길이는 15∼20㎝ 정도. 한류성 생선이어서 늦 가을부터 한 겨울까지 동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특히 속초 앞 바다의 양미리는 씨알이 굵은 데다 육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 잡히므로 싱싱하다. 양미리 회는 속초 주변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별미다.
양미리는 동 트기 전에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모래에서 물 위로 한 번씩 튀어 오르는 습성이 있다. 이를 간파한 어민들이 미리 바닥에 깔아놓은 그물에 그대로 꽂힌다.
양미리는 웰빙 수산물로 통하는 등 푸른 생선의 일종이다. 등 푸른 생선답게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 풍부하다.
또 뼈와 치아 건강을 돕는 미네랄인 칼슘이 멸치 못지않게 풍부하다(생것 100g당 371㎎, 같은 무게 멸치 509㎎, 전어 210㎎, 우유 105㎎). 멸치ㆍ전어처럼 뼈째 먹기 때문에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 어린이 성장발육에도 이롭다.
단백질(100g당 17.6g)ㆍ철분(빈혈 예방)이 풍부한 것도 돋보인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양미리에 굵은 소금을 뿌린 뒤 내장을 꺼내지 않고 즉석에서 구워먹는 소금구이는 맛이 기막히다. 요즘 잡은 암컷의 몸엔 ‘살 반 알 반’이라 할 만큼 알이 가득하다. 알은 구우면 입안에서 풀어지고 말린 것을 찌개에 넣거나 졸이면 약간 쫀득한 식감이 난다.
수컷엔 하얀 정액 덩어리(이리)가 들어 있는데 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구득하게 말린 뒤 찌개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꾸덕꾸덕 말려 3㎝ 정도로 토막 낸 양미리를 양념간장에 조린 뒤 밥상에 올리면 훌륭한 겨울 반찬이다. ‘바다 미꾸라지’라는 별명답게 갈아서 추어탕처럼 끓여 먹기도 한다. 강릉에선 간장ㆍ청주ㆍ마늘ㆍ생강 등으로 양념한 조림을 별미로 친다.
붉은 살 생선이어서 신선도가 빠르게 떨어지고 육질이 약간 질기다는 것이 양미리의 약점이다. 잔뼈가 많고 비린내가 강한 것도 지적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