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좌석 승급은 국토부와 업체의 유착 증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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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땅콩 회항’의 여파가 대한항공을 넘어 국토교통부를 덮치고 있다. 참여연대는 26일 국토부 공무원들의 대한항공 좌석 업그레이드 특혜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이 조사 내용을 대한항공 측에 누설한 혐의로 국토부 김모 조사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마자 또 유착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참여연대는 국토부의 과장 등을 포함한 5명이 최근 대한항공을 이용해 유럽 출장을 가면서 좌석 승급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인당 200만원 상당이라고 한다.

 국토부는 자체 감사에 들어갔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측에 공무원들에 대한 좌석 승급을 해주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수사의뢰된 상태에서 시작한 ‘뒷북 감사’가 얼마나 특혜 실태를 밝힐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공무원들이 좌석 승급을 받는 것은 항공업계에선 관행으로 통한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이로 인해 적발된 국토부 공무원은 31명에 이른다. 그나마 지방항공청만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다. 본부 직원들을 포함할 경우 좌석 승급 사례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관행적인 특혜 제공은 결국 감독관청의 업체 봐주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의 조현아 전 부사장 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승무원 폭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를 고발장에서 뺐다. 하지만 검찰은 이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결국 국토부 조사관들이 알아서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만으로 고발장을 작성한 셈이다.

 국토부는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감독하는 주무부처다. 소속 공무원들이 관련 업체로부터 편의를 제공받는 것도 공무원윤리강령에 어긋난다.

 국민들의 비난이 조현아-대한항공을 거쳐 국토부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본부까지 포함해 좌석 승급 특혜에 대한 전면 감사를 벌여야 한다. 횟수와 직무관련성에 따라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 예전처럼 특혜받은 공무원들을 경고하는 정도로 그친다면 검찰 수사와 국회를 거치면서 험한 꼴을 당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