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우량주에 옵션투자…주식 개별옵션 30개로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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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현재 7개인 개별 주식 옵션 종목이 30개로 크게 늘어난다. 옵션 결제 방식도 기존의 현물 결제 대신 현금 결제가 가능하도록 개선돼 개별 주식 옵션 거래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같은 옵션 시장 활성화 계획을 26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종목수가 늘면 투자에 따른 위험성을 그만큼 줄일 수 있어 주식 시장은 물론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식 투자 위험 줄여준다=주식은 주가가 올라갈 때 이익을 얻고 내릴때 손해를 보는 '일방향' 손익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주식 투자만하는 투자자는 주가하락때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럴때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인 선택권(옵션)을 사두면 주가가 내릴때도 수익을 낼 수 있어 주식 투자의 위험성은 그만큼 줄게된다.

하지만 현행 주식 옵션 제도는 기초 종목이 삼성전자.SK텔레콤.한국전력 등 7개에 불과한데다 거래방식도 주식 실물을 주고받도록 돼 있는 등 불편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옵션 시장이 활성화 되면 현물로 주식을 사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옵션 프리미엄)만으로 주식 현물 투자 못지 않은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게 된다. 이번에 옵션 기초 주권에 새롭게 포함된 종목들은 LG전자.SK.신한금융지주 등 23개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주식옵션 대상 종목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며 좀더 많은 종목에 대해 직접적 위험 회피(헤징)수단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비교적 적은 투자금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때문에 자칫 투기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높이고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정보 제공 및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관련 시장도 활성화 기대=옵션 종목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상품을 내놓는 금융회사들로선 보다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선물시장본부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식워런트증권(ELW)등 새로운 파생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 간접 투자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지금까지 ELS상품은 삼성전자 등 7개 종목으로만 기초자산을 꾸며야 했지만 옵션 종목이 30개로 늘어나면 그만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표재용 기자<pjygl@joongang.co.kr>

*** 시카고옵션거래소 에릭 프레이트 부사장

주식보다 어렵지만 재미 쏠쏠

"한국 개별 주식옵션의 종목 확대와 제도 개편은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9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본사에서 만난 에릭 프레이트(사진) 전략기획 담당 부사장은 "한국의 개별 주식옵션 시장은 종목 수가 너무 적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종목을 7개에서 30개로 늘리고 사후증거금 제도 등이 도입되면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개별 주식옵션이 주식시장이 주지 못하는 다양한 투자수단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 10주를 주식시장에서 사려면 600만원(주당 60만원 가정)이 들지만 주식옵션 시장에선 10분 1도 안되는 돈으로 주식을 직접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루슨트 테크놀러지처럼 주가가 급락한 종목의 경우 주식과 옵션을 함께 보유했다면 급락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레이트 부사장은 "개별 주식옵션 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변화하는 투자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 개발 등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600여개의 개별 주식옵션이 상장된 CBOE에서는 한달에 40개의 상품을 새로 상장되지만 동시에 30~35개의 종목이 퇴출된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과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옵션이란 상품 자체가 주식을 사고 파는 것보다 어렵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투자자에 대한 교육이 옵션시장이 자리잡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며 "지난 수년간 CBOE를 비롯한 증권 유관기관들이 투자자 및 증권, 선물회사 직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 결과 개인 투자자들이 전체 주식옵션 투자자의 50%를 차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73년 1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개별 주식옵션 거래를 시작한 CBOE는 이후 다양한 개별 주식옵션과 지수옵션을 개발, 현재 미국 내 최대 옵션거래시장으로 성장했다.

시카고= 김준현 기자<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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