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자동차딜러학과 나와 올해 벤츠 60억 어치 판 28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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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1~11월 메르세데스-벤츠 영업사원 1인당 자동차 판매대수는 35.7대. 반면 벤츠의 딜러사 중 하나인 대구 중앙모터스의 정근(28·사진) 대리가 올 들어 판매한 차는 70여대로 평균의 배가 넘는다. 대당 평균 단가(8000만원)를 감안해 판매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60억원 정도 된다. 판매대수는 1등이 아닌데도 정 대리는 전국 벤츠 영업사원 91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고객만족평가(CSI)에서 999.7점(1000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10년 4월 말 입사한 정씨는 그해에만 60여대를 팔아 입사 1년차에 억대 연봉을 기록하기도 했다.

 “저만의 영업비법이요? 그런 거 없어요. 다만 차량 출고 3개월 뒤에는 반드시 애프터서비스(AS) 기사와 함께 고객을 찾아가 점검을 해주고, 차량이 고장났다 하면 즉시 찾아갑니다. 그게 다예요.“

 영업맨답게 그는 발톱을 숨겼다. 사실 그의 장점은 나이답지 않게 엄청난 마당발이라는 점이다. 고교 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다가 부상으로 그만둔 정 대리는 철저한 ‘스포츠 마케팅’을 구사한다. 그는 골프·야구·스키·풋살 등 대구 시내 주요 사회인 스포츠 동호회에서 총무를 자처한다. 판매의 상당 부분도 ‘동아리 선배’들로부터 받은 주문이다.

 “첫 주문은 야구 동호회의 형님이 해 주셨어요. 형수님 차를 바꾼다면서 소형 해치백 B200을 구매하셨죠.”

 최근에는 골프동호회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들의 S클래스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이 타고난 장점이라면 차를 파는데 필요한 기술과 요령은 대학에서 배웠다. 정씨는 국내 유일 자동차 딜러학과인 대경대 자동차딜러과(2년제)를 졸업했다. 2009년 1기로 입학했다. 그는 “학교에서 영업의 기본기를 미리 배우고 현장에 와서 시행착오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학과는 벤츠·BMW·재규어랜드로버 등 국내 주요 수입차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영업 현장실습과 취업추천을 진행하고 있다.

 이 학과 학생들은 영업에 필요한 소비자행동분석 등 이론적 수업은 물론이고, 스피치·옷 입는 법·이미지메이킹 등을 배운다. 골프 실습과 매너까지 가르친다. 마지막 학기인 2학년 2학기에는 전원이 산학협력 딜러사로 실습을 나간다. 졸업생 60명 중 대부분이 수입차 딜러로 활약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영업담당 백정현 상무는 “실습형 교육으로 실무 위주의 인재를 길러낸다는 신념이 강한 학교”라고 평가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에도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오늘 출고되는 차 1대, 다음 주 출고 예정인 8대 등 9대의 계약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고 했다. 24시간이 모자라 아직 애인도 없는 미혼이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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