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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다음 과제는 주변 개발 청사진 그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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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청계천변 보행로를 걸어 보았다.

불과 2년 남짓한 기간에 거대한 콘크리트 고가차도를 걷어내고 이런 조형물을 선보인 서울시의 사업추진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청계천 대로변에 밀집한 각종 소규모 상점들이 통일감 갖춘 간판들을 새로 내걸고, 가게 내부를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상인들과 비교적 적은 마찰 끝에 타협안을 끌어낸 능력도 돋보였다.

그럼에도 힘든 과제는 오히려 이제부터라는 생각 또한 지우기 어려웠다.

청계천 주변은 시작 지점 일부와 대로변을 제외하고는 물리적 환경이 열악하다. 큰길에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도로망은 좁고 불규칙하며 작고 오래된 건물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곳은 도심에 저렴한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고,대로변 도소매업을 지원하는 등 나름대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복원 사업이 마무리돼 가면서 이 지역 땅값과 건물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해당 지역 상인의 영업권을 보장하고 급격한 기능변화를 초래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시장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시정개발연구원은 최근 청계천 주변 지역의 사업체와 종사자 수 가운데 부동산임대 공급업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 지역에 나타날 변화가 읽히는 부분이다. 토지 가격의 상승과 이에 따른 건물 임대료 상승은 영세 상인을 내모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청계천 주변 개발이 과거 도심 재개발처럼 대형 빌딩 건설과 이에 따른 기존 영세 상인의 퇴출 형태가 된다면 청계천 복원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것이다. 오밀조밀하게 나란히 늘어선 헌책방과 공구상 등의 작은 가게는 서울 청계천만이 가진 독특한 풍물로 자리매김해 오히려 세계적 명소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청계천은 많은 시민이 가상 사진을 보고 기대하는 것보다 폭이 좁고 스케일이 작을 뿐 아니라 도로와 수면의 수직적인 높이 차이도 사람 키의 두 배가 넘는다. 이 같은 규모의 하천이 보행자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지, 도로와의 높이 차이에 따른 불편함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청계천에 놓인 20여 개의 다리는 폭이 좁은 청계천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태로 눈에 거슬릴 뿐 아니라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또 보행로를 따라 둘러쳐진 철제 울타리는 힘들여 조성한 도시 조형물의 매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목책이라든지 좀 더 부드러운 방법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청계천 복원'이란 이름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조선시대 이곳에는 우기시에는 빗물이, 건기시에는 생활하수가 흘렀다. 그러나 지금 완공된 아기자기한 시냇물은 그 개천이 아니다. 오히려 인공적 도시 조형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굳이 친환경적 하천복원이란 명분을 끌어다 붙이기보다는 철저히 인공 조형물로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살려 가꾸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6일 '청계천 복원과 도심 재생'을 주제로 열린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미국 하버드대학의 로돌포 마차도 교수는 청계천을 "기계적으로 물을 뿜어 올리는 가장 긴 도시 분수"로 정의하고 "정직하게 인공 조형물로 받아들이고 이와 관련한 도시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도시 조형물로서의 청계천 유지.관리를 위한 구체적 방안과 함께 주변 지역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신혜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