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루머」퍼뜨려 땅값조작 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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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서울변두리와 주변위성도시, 경기도 남부지역, 일부 지방 도시의 땅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생필품·공산품값이 내려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독 몇몇 지역의 택지·임야·전답 값이 들먹거리고 있다. 그것도 지역별로 『그린벨트가 풀린다』 『녹지가 풀린다』 『도로가 뚫린다』 『도시가 들어선다』 『무슨 시설이 온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나돌면서 땅값이 터무니없이 오르고있는 것이다. 부동산경기가 풀릴 것이란 전망은 작년 봄부터 나왔다. 78년이래 워낙 침체하자 정부가 갖가지 회복 책을 썼기 때문이며 작년하반기에는 실제 많이 좋아졌다.
정부는 터무니없이 부동산값이 뛰는 것은 단호히 막겠다는 방침이고 최근에는 물가억제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지역 땅값이 뛰는 것은 일부 투기꾼들의 조작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에 개포 투기에 가담했던 많은 복덕방과 복부인·투기꾼들이 아파트에서 손을 떼고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개중에는 서울의 간판을 내리고 지방도시로 떠난 사람도 있다.
또 서울에 본거지를 둬 살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방의 복덕방과 체인을 형성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역별 땅값 움직임을 보면 우선 서울 변두리의 경우 강남·강동구로 아직 미 개발지역의 대지 값이 무서운 속도로 뛰고 있다.
개포동의 경우 작년 봄에 3·3평방m(1평)당 8만∼10만 원하던 것이 연말에 15만 원 정도로 오르고 다시 최근에는 22만∼23만원씩 한다. 이 땅들은 구획정리 사업지구 안에 있는 것들로 정리가 끝나면(감보 면적을 제하게됨)평당 80만 원씩은 할 것이라는 것이다.
강동구 장지동의 땅값이 한달 전 3·3평방m에 4만 원하던 것이 최근16만∼17만원으로 폭등했다. 이 일대는 토지구획 정리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장이 들어설 방이동 일대도 작년에 7만원 하던 것이 최근 10만원으로 올랐다. 여기도 역시 경기장 건설에 따라 대토를 준다는 소문이 나있다. 서울 변두리 밖의 위성도시도 갖가지 루머가 나돌면서 땅값이 뛰고있다.
그린벨트에 묶여있는 과천은 『주공단지 외곽의 그린벨트가 곧 풀린다』『녹지지역이 풀린다』 는 등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나돌면서 서울에서 땅 사려는 사람이 몰려들고 현지 복덕방도 바쁘다. 서울의 복덕방에도 과천 땅 사달라는 사람들의 부탁이 잇따르고 있다.
5만∼6만원 하던 야산이나 밭 값이 10만∼15만원으로 올랐으나 땅주인들도 풍문에 들며 팔지 않기 때문에 거래는 없이 땅값만 오르는 실정이다.
부천· 광명· 안양· 성남 등지는 이미 지난해 서울 개포 지역 붐 때 3·3평방m당 5만∼10만원씩 올랐는데 올 들어 다시 뛰고있다.
부천은 원곡동∼신정동 간도로가 뚫린다는 소문에 따라 근처 땅값이3·3평방m당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랐다.
광명시도 시청을 옮긴다는 소문으로 자연녹지 안의 땅값이 15만원에서 20만∼30만 원으로 올랐다.
판교 일대의 그린벨트도 최근 3·3평방m당 7천 원에서 1만4천 원으로 뛰었으나 매물이 없다. 이곳에는 서울에서 자가용을 타고 와 밤이면 라이트를 켜고 땅을 살피는 사람도 눈에 띈다.
망우동 고개 너머 구리읍에서 도환∼미금읍에 이르는 지역도 그린벨트이나 최근 역시 풍문 속에 값이 오르고 있다. 최근 길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도 5천 원에서 1만원 정도로 올랐다.
특히 이미 공단이 들어서 있는 반월은 서울의 투자가들이 많이 들어가 열기가 들고 있다.정부도 이곳을 집중개발 할 계획으로 있어 땅값은 더 오를 것으로 부동산업자들은 전망. 현재는 공단 입구의 조성된 택지가3·3평방m당 30만원으로 작년의 15만∼20만원에서 10만원이상 올랐다. 농토나 임야는 보통 1만원 정도이나 요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평택· 용인·이천 등은 아직 큰 변화는 없으나 그래도 올 들어 평균10∼15%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어느 지역이 개발되며 땅 소유주는 땅값이 올라 득을 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기꾼들이 각종 소문을 퍼뜨려 값을 터무니없이 올려놓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의의 투자가들이 낭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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