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올해는 간신히 넘겼는데 내년은 어쩌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제약업계가 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의약품 허가제도 변화,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으로 내년 시장 상황 역시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의약품 사용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약품 매출은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제도는 복제약 시판 독점권의 일종인 ‘우선판매품목허가제’ 도입이다. 내년 3월부터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특허와 허가를 연계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를 시행한다.

이 제도는 의약품 특허권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복제약 개발사가 시판을 신청할 때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소송기간 동안 허가절차를 중단한다. 지금까지 복제약 개발 제약회사는 복제약 특허 만료 다음날부터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관련 시판허가를 미리 받아놓았다. 특허는 분쟁 당사자가 소송을 통해 해결했다. 특허와 허가를 분리해서 생각했던 셈이다.

하지만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되면 그 기간동안 허가심사가 늦어져 사실상 의약품 특허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허가 중단기간이 1년을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이전에 비해 복제약 발매 시기가 최대 1년 가량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부터 당장 복제약 출시가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제약회사 상당수는 제도 시행 전에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대비해 제네릭 허가를 미리 받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실제 제도 도입 당시 국내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허가 지연으로 연간 15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매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우선판매품목허가제다. 복제약 개발사가 의약품 특허에 도전해 이를 회피하거나 무효화에 성공한다면 최초로 시판허가 받은 복제약을 12개월 동안 독점적으로 약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정부 입장에서는 특허 무효화가 빨라질수록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특허 회피 능력이 뛰어난 복제약 개발사를 중심으로 제품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허 무효화를 장려하기 위해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우선판매품목허가제 도입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도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 건강사회를 위한약사회 등 시민단체와 중소 제약사를 중심으로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가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복제약은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제약회사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쎄레브렉스는 SK케미칼·한미약품·대웅제약·종근당·유한양행 등 20여 개 제약회사가 보험약가 등재를 마치고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스티렌은 무려 53개 업체가 발매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금력·기술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회사는 상위 제약사를 따라잡기 점점 힘들어지는 셈이다. 중소 규모인 A제약사 관계자는 "이제는 특허에 도전할 때 임상완료 시기까지 경쟁해야 한다"며 "충분한 인프라를 갖춘 상위제약사를 넘어서는 것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독자품목 중요성 부각”

반면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제약업계의 반발은 상당하다.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 삭제는 복제약 진입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라며 "특허 도전에 성공한 기업에 우선판매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특허에 도전하는 제약사가 늘고 기술 향상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 절감효과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우선판매허가권이 도입되지 않으면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 발매로 약값이 30%인하되고 1년 후에는 복제약과 동일한 53.55% 수준을 유지한다. 복제약은 발매 첫 1년간 약값 59% 수준을 유지한다. 우선판매허가권이 도입되면 다르다. 오리지널의약품은 본래 약값의 70%, 우선품목복제약은 1년 동안 59%, 그 이후부터는 약값이 53.55%로 조정된다. 특허 도전이 활발해지면서 복제약 진입시기가 오리지널·복제약의 약값 인하 시기가 빨라진다.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하나투자증권 이알음 연구원은 "내년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되면 독자 품목에 대한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라며 "마케팅 부문에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도입품목이나 특허 회피를 통해 출시 가능한 개량신약,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베이트 규제 강화도 제약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리베이트로 적발된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을 중단하는 새로운 규제를 시행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다. 1억원 이상 리베이트로 두 번 적발되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하는 강력한 처벌규정이다. 주력 제품이 한 번에 영구적으로 퇴출될 수 있어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B제약사 관계자는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진행하고 있어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간판품목이 퇴출될 수도 있어 이전보다 마케팅 활동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제나, 리베이트 의약품의 약값을 인하하는 기존 1회성 규제와 다른 점이다.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로 나타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등 주요 국내 제약사의 3분기 영업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논란이 많은 복제약 보다는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C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년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인기기사]

·[빅메디포럼]진료비 미수·불법체류 외국인 환자, 어떡하지? [2014/12/23] 
·예비부모를 위한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2014/12/23] 
·“비타민D 부족해지면 뇌혈관질환 동반 가능성 높아” [2014/12/23] 
·병협 ‘2015 병원경영과 의료정책 방향’연수 개최 [2014/12/23] 
·병원약사회, 세월호 유가족에 2200만원 기부 [2014/12/23]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