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술자들' 김우빈 … 같은 대사, 열 가지 버전 준비 이젠 카메라 앞이 즐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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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우빈(25)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 중 하나다. TV 드라마 ‘학교 2013’(2012~2013·KBS2)과 ‘상속자들’(2013·SBS)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고, 스크린에서도 지난해 곽경택 감독의 ‘친구 2’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모델 출신다운 훤칠한 키와 선 굵은 외모도 발군이다. 이런 그에게 ‘기술자들’(24일 개봉, 김홍선 감독)의 지혁은 맞춤하게 어울리는 역할이다.

 뛰어난 금고털이이자 범죄 설계자인 지혁은 폭탄 전문가 구인(고창석), 해커 종배(이현우)와 팀을 이뤄 활동하다가 조사장(김영철)의 눈에 들어 고위층 비자금 1500억 원을 터는 일을 맡는다. 범죄의 설계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담은 ‘케이퍼 무비’의 장르적 재미도 있되, 흐트러짐 없는 외모로 날렵한 액션부터 능청스러운 표정연기까지 여유있게 소화하는 김우빈의 매력이 더 눈길을 끄는 영화다.

‘기술자들’의 주연 김우빈. 영화 데뷔작 ‘친구 2’가 주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작품이라면, 이번 영화는 그 능력을 인정받을 시험대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 금고를 따는 모습이 제법이다.

 “금고 따는 법을 배워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배우면 성격상 언젠가 한 번은 실제로 써먹을 것 같아 포기했다(웃음). 세상에는 수많은 금고와 금고털이범이 있으니 나만의 움직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친구 2’의 흥행으로 출연 제안이 쏟아졌을 텐데.

 “감사하게도 선택의 폭이 예전보다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졌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보다 시나리오다. 읽을 때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 이 영화가 여느 케이퍼 무비와 다른 점이라면.

 “빠른 전개와 젊은 에너지가 돋보인다는 점? 내가 신체적으로 젊다면, 함께 연기한 고창석·김영철 선배는 생각이 젊다.”

 -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표정에 자신감이 넘치는 비결이 뭔가.

 “예전보다 카메라 앞이 조금은 편해진 것 같다. 촬영 현장이 즐겁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제발 오케이만 나라’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지금은 그런 조바심보다 연기를 잘 하고픈 욕심이 더 크다.”

 - 현장에 굉장히 철저한 준비를 해간다던데.

 “처음부터 그렇게 배웠다. 현장 상황과 상대 배우에게 맞게 리액션을 하려면 같은 대사라도 최소한 열 가지 버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연기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자들’ 3인방. 김우빈은 고창석을 “닮고 싶은 좋은 사람”, 이현우를 “의젓하고 똑똑한 연기자”라고 말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 타고난 감이란 것도 있지 않나.

 “난 타고난 게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거 하나는 확신하게 된다. 그러니 더욱 노력해야 한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강한 외모 덕을 본 거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신인 배우가 주목받기 무척 좋은, 매력적인 반항아 역할을 자주 맡았다.”

 - 그런 외모 때문에라도 한껏 망가지는 역할은 상상이 안 된다.

 “그럴 땐 평소 집에 있을 때의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추레하다(웃음).”

 - 파격적 연기 변신을 꿈꾸진 않나.

 “미리 선을 긋고 싶진 않다. ‘반항아는 많이 해봤으니 이제 안 해’라는 식의 생각은 안 한다.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다. 몇 날 며칠 같은 문제로 끙끙 앓는 건 나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이든 주어진 조건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차기작 ‘스물’(내년 개봉 예정· 이병헌 감독)에는 아주 평범한 20대로 등장한다. 시간이 흘러가는 순리대로, 그 때의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그렇게 연기하며 살고 싶다”

이은선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지용진 기자) : 반항적 이미지를 구축해온 김우빈이 이번에는 듬직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매력을 발산한다.

★★☆(박호선 평론가) : 고난도 액션과 치열한 두뇌게임 등 케이퍼 무비의 여러 요소를 갖췄으되 장르적 쾌감과 리듬감은 부족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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