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수도권 공장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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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첨단공장 신.증설 문제는 8월 안에 사안별로 검토해 허용 여부를 확정짓겠다."

7월 26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LG그룹 4개사와 대덕전자.동양기전 등 6개사의 3조7000억원에 달하는 수도권 투자계획은 아직도 발이 묶여 있다. 정부 부처 간에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7일 "6개 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사안별로 검토해 꼭 필요한 계획은 허용해 주는 쪽으로 정부 방침을 정했지만 구체적 허용 기준을 놓고 부처 간 이견이 남아 지금으로선 언제 결론이 날지 얘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지연되는 기업 투자=LG그룹은 파주 LG필립스LCD 공장 인근에 LG전자.LG화학.LG이노텍.LG마이크론의 동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LG필립스LCD를 중심으로 원료-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연관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LG필립스LCD는 외국인 투자 기업인 반면 LG전자 등 4개사는 국내 기업이라는 게 걸림돌이 됐다. 수도권의 경우 25개 첨단 업종에 한해 외투 기업의 공장 신.증설은 허용하지만 국내 기업은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LG전자 등 4개사는 아직 부지 선정 작업도 못한 상태다. 여기에다 연천 협력단지조차 문화재 발굴작업이 끝나지 않아 투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결정이 한두 달 늦어진다고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업 입장에선 하루하루 피가 말른다"고 토로했다.

◆ 왜 늦어졌나=6개 기업의 허용 여부를 가를 기준을 마련하기가 모호하다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다. 또 수도권에 대규모 투자를 허용할 경우 지방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정부 관계자는 "재경부와 건설교통부는 8월 31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산자부는 방폐장 유치에 '다걸기(올인)'를 하는 바람에 대기업 수도권 투자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겨를이 없었다"고 실토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부동산 대책이나 방폐장 문제가 일단락됐으니 이달 안에 수도권 투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자부 관계자도 "6개 기업의 투자계획은 대부분 2007년부터 실제 집행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촌각을 다투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민.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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