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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전 비서실장 링지화 부패 혐의로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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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링지화 정협 부주석

링지화(令計劃·58)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중앙통일전선부장이 당 기율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링 부주석이 현재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액의 뇌물 수수와 인사 비리 등 각종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링 부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역임했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에 이어 링 부주석까지 낙마한 것은 중국 권력의 한 축인 원로 정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저우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핵심 인사였고 링 부주석은 후 전 주석의 오른팔이었다. 원로 권력의 핵심 인사를 처벌한 것은 전임 두 국가 주석에 대한 권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1인 권력 체제는 더 강화되고 성역 없는 부패 척결도 탄력을 받게 됐다. 앞서 중화권 매체들은 부패 등 혐의로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군사위 부주석, 저우 전 상무위원에 이어 링 부주석을 다음 호랑이(고위직 부패 공직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문화대혁명(1966~76년)을 주도한 ‘4인방’을 본떠 ‘신4인방’으로 불리며 시진핑 정권의 전복을 기도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링 부주석은 당 이론지인 추스(求是) 최신호에 민족문제에 관한 기고문을 통해 시진핑 발언을 16차례 인용하며 ‘충성’을 표명했다. 지난 5일에는 시 주석이 주재한 당외인사 좌담회에도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으나 이날 체포로 38년 간의 공직 생활을 사실상 마감했다.

 링 부주석은 탁월한 일처리로 후진타오 전 주석이 공산주의청년단 제1서기를 맡고 있던 1985년 단 중앙선전부로 발탁한 공청단파의 핵심인물이다. 이 때문에 링의 이번 낙마는 시 주석의 정적인 공청단파에 대한 견제로도 해석된다.

 링 부주석의 체포는 이달 초 이미 예상됐다. 당시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링 부주석의 고향인 산시(山西)성에서 그가 은닉한 황금·서화·골동품이 포함된 트럭 6대 분량의 뇌물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충실한 공산주의자였던 링의 아버지 링후예(令狐野)는 5남매의 이름을 루셴(路線·노선), 정처(政策·정책), 팡전(方針·방침·여), 지화(計劃·계획), 완청(完成·완성)으로 지었다. 77년 사망한 루셴을 제외하고 이미 부정부패 혐의로 모두 체포됐다.

 링지화의 정치적 고향인 산시성은 핵심 정치인들이 체포된 상태다. 부성장 두산쉐(杜善學)와 정협 부주석 링정처 등 고위직 대여섯 명이 최근 한 달 새 줄줄이 낙마했다. 앞서 2012년 3월에는 링의 아들인 링구(令谷)가 베이징에서 만취 상태에서 페라리 전복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동승했던 중앙민족대 여대생 2명에게 저우융캉의 부하인 장제민 페트로차이나 회장이 입막음을 위해 거액을 송금한 것으로 보도됐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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