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금리 인상 자제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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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국 중앙은행에 금리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고유가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OECD의 주문에 강제성은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한국은행도 이 같은 분위기를 등에 업고 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ECD가 세계 4대 중앙은행에 "(긴축을 하지 말고) 느슨한 금리정책을 채택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권고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해 일본은행.유럽중앙은행(ECB).영국은행에 보내졌다.

OECD는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느슨한 금리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필리페 코티스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FRB가 금리를 다시 올리기에 앞서 카트리나의 영향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며 "이전보다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후 금리를 인상해온 미국 FRB를 향해 OECD가 사실상 금리 동결 등 방향 전환을 권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방기금 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인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FOMC가 현재 3.5%인 연방기금 금리를 이달에 한차례 더 올릴 것으로 관측해 왔다.

OECD는 또 "일본은행이 그동안 유지해온 '제로 금리'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의 금리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OECD는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작게 보면서 "적어도 긴축정책(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영국은행에 대해서는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펴 달라"고 밝혔다.

한편 8일 열리는 금통위가 콜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째 콜금리가 3.25%에 묶이게 된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했던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저금리의 부작용인 부동산 과열 현상이 '8.31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진정되고 있는 데다 고유가에 따른 경제 불안으로 금리를 올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이 건설경기와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금리인상 주장을 쑥 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소비는 올 들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경제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잠재성장률이 앞으로 10년간 연 4.6%에 그칠 것이라는 한은 보고서는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에 금리를 올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동호.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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