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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못해서 … 수강신청 때만 되면 서버 다운되는 국내 대학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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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마크 베니오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3학년인 이동준(25)씨는 매 학기 수강신청 때마다 애를 먹는다. 올 2학기에도 학교 서버 접속에 실패하면서 언론학부 필수 전공인 ‘취재방법론’을 수강 신청하지 못했다. 이 학교 공과대학장인 박진우 교수는 “미국에 있는 학생이든 학교 앞에 사는 학생이든 수강신청을 하려면 무조건 중앙서버에 접속해야 하는데 문제는 접속이 한꺼번에 몰린다는 것”이라며 “추가로 서버를 증설하면 되겠지만 수강신청 편의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대학교에선 5000~1만명이 수강 신청 사이트에 동시에 접속하는 바람에 필수 과목이나 꼭 듣고 싶은 과목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진다.

 이런 일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중화되지 못한 한국적 환경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클라우드 컴퓨팅은 미국·영국 등 IT 선진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알려진 개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2005년 구글 연구원 크리스토프 비시글리아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당시 비시글리아는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서버와 소프트웨어는 온라인에 안전하게 저장해놓고, 인터넷으로 그때그때 빌려쓰면 되고, 이렇게 아낀 IT 비용은 다른 핵심 분야에 재투자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이 미국 IT기업 세일즈포스닷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다. 베니오프는 소비자관계분석(CRM) 솔루션 등 고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 상에서 자유롭게 내려받고 관리까지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CD롬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일명 SaaS의 시작이었다. 이 일로 유명세를 탄 베니오프는 매년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IT 컨퍼런스 ‘드림포스’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15만 명이 운집했다.

 국내에는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삼성전자·아모레퍼시픽 등이 세일즈포스닷컴의 클라우드 기반 CRM 솔루션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갤럭시 스마트폰과 관련된 SNS 리플을 각주 별로 분석한 다음, 전주 대비 긍정적 답변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또는 감소했는지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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