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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장금’속 요리 누구나 만들기 쉽게 정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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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호 29면

# 소녀 장금은 한밤중 기세 좋게 궁궐 안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실수로 임금의 밤참을 쏟게 된다. 그릇에 담긴 것은 ‘타락죽’. 우유를 뜻하는 타락은 궁중과 특권층만 먹던 보양 식재였다. 음식을 망친 장금은 궁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궁중음식 조리법 책 펴내는 한복려

# 최고 상궁이 된 정 상궁을 축하하는 연회자리에서 죽순채가 절대미각의 시험문제로 등장한다. 모두가 음식에 들어간 단맛의 비밀을 풀지 못하는 순간. 장금은 홍시가 들어갔음을 맞힌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였을 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기면서.

2003년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은 한류의 초석이 됐다. 주인공 장금이가 의녀가 되기 전 조리사인 ‘주방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비중있게 다뤄진다. 이에 걸맞게 매 회마다 다양한 궁중요리가 등장했는데, 그 종류만 해도 1600가지나 됐다. 하지만 대다수가 한국인조차 알지 못했던 음식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10년이 지나 한식재단과 궁중음식연구원은 다시 대장금에 주목했고, 드라마 속 궁중음식 조리법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1인자이자 드라마 제작 당시 음식 고증을 맡았던 한복려 선생이 고증을 바탕으로 조리법을 정리했다. 내년 1월『대장금의 궁중상차림』이란 이름으로 발간될 책은 모두 70여 종의 궁중음식을 가능한 알기 쉽게 소개했다.

발간을 앞두고 15일 서울 삼청각 천정당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작은 행사가 열렸다. 정리된 요리 중 일부를 골라 전시하는 한편 한 선생이 직접 조리과정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셰프와 국내외 기자,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요리사 등 50여 명이 손님으로 초대돼 이를 관람하고 맛 봤다.

한 선생은 시연 내내 한식 조리의 특성을 설명했다. 육찜을 만들면서 “채소와 고기를 한 번에 요리하는 게 서양과는 다른 점”이라 하거나 “간장과 설탕, 파와 마늘, 깨소금과 참기름을 모두 2:1로 맞추는 게 한식 고기요리의 양념 비법”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했다. 담음새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서양의 가니쉬처럼 한식에도 마지막에 장식을 하죠. 계란의 황백 지단, 대추 밤, 은행 등이 그런 역할을 해요. 오방색에 맞춰 채소를 각각 담는 것도 특징이죠.”

시연 뒤 이어진 시식은 전채부터 후식까지 코스로 진행됐다. 타락죽과 홍시죽순채를 시작으로 육찜, 보김치, 배동치미냉면, 유자화채, 약과 등이 독상 형태로 나왔다. 그중 장금이식 절대미각을 체험해보는 홍시죽순채는 물론이고, 고기 결을 부드럽게 조리한 육찜, 보자기 싸듯 배춧잎으로 한 번 더 감싼 보김치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가구박물관의 셰프로 행사장을 찾은 시몬 두세는 “웬만한 한식을 다 먹어 봤지만 유자향이 강렬한 배동치미냉면은 무궁무진한 한식의 세계를 알려줬다”고 평했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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