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의 책임경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합리와 능률을 지향하는 5차 계획기간 중 정부부문에서 해결해야할 필수적 과제는 재정의 개혁, 과감한 민영·자율화, 국영기업의 경영쇄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서로가 밀접히 연관되어있을 뿐 아니라 민간고유의 경제영역과도 유기적 관련을 맺고있어 이들 과제의 성취여부는 곧바로 민간경제를 포함한 경제전체의 효율과도 직결된다.
이들 세 가지 정부부문의 과제는 동시에 해결되지 않는 한 어느 한가지 과제도 실효를 거둘 수 없게끔 서로 꼬리를 물고있다.
예산과 재정의 효율화는 불필요한 정부부문의 비대화부분을 도려내어 민간으로 이양함으로써 가능할 뿐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정부사업의 혁신적 경영개선 없이도 불가능하다. 그 역의 논리도 마찬가지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정부가 진작부터 그 필요성을 인식한바 있고 부분적으로는 약간씩 개선의 노력이 없었던 바 아니나 아직도 정부살림의 개혁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종합적이고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이는 모두가 관료적 보수성, 기득권에의 집착 등 지나친 안일과 타성에 큰 뿌리를 박고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당일각에서 최근 거론하고있는 국영기업의 경영합리화 방안도 이처럼 그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던 문제들이나 그것이 실효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재정의 효율화라는 관련문제들과 발을 맞출 때 비로소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
23개에 이르는 정부투자기관의 경영부실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될 수 있다. 그 하나는 국가독점사업이라는 특수성에서 오는 경영부실의 근원적 소지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둘째는 그 기업들의 생산품 또는 서비스가 공공성이 가장 높은데 따른 국민경제적 영향도의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전자의 경우는 독점사업이 흔히 빠지기 쉬운 안일하고 방만한 경영자세와 관료적 독선의 폐해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사·예산·사업계획·집행결과 등이 정부의 주도와 책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기업의 경영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책임소재의 불분명으로 크게는 재정의 낭비가 가능해지고 인사의 난맥이 보편화되며 경영의 부실로 인한 적자까지도 정부가 보상해주지 않으면 안되게 운영되어 왔다.
후자의 문제도 결국은 이런 경영의 부실이 누적되어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편법이 상용됨으로써 국민경제의 직접적 피해와 교란을 선도하고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국영기업의 부실운영은 재정의 낭비와 민간경제의 교란이라는 이중의 폐해를 낳고있는 셈이다.
더욱이 많은 정부산하 기업이 저마다 소관부처가 달라 통일적 경영기준의 확립이 어렵고 경영을 평가하는 기준도 다양해서 부처별로 개별대책을 세우는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여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관계부처의 이해를 떠난 포괄적 경영개선방향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그 성과가 빠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다양한 종류의 국영기업을 종합적으로 평가, 꼭 필요한 정부사업만 남기고 과감하게 민간영역으로 넘기는 일이 긴요하다. 이를 위한 국영기업평가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다음 정부가 계속 관장해야할 사업을 정선한 뒤이을 책임경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장기계획을 세우는 일이 그 다음 순서가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통일된 평가기준이 세워져야 하며 이는 다양한 국영기업관련법령의 정비를 거쳐야하고 인사·예산·사업계획 등을 통할하는 종합평가협의체계가 세워져야할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지나치게 부처별 감독·감사기능이 서로 중복되어 있어 업무의 번잡만 가져올 뿐 책임경영의 확립과는 거리가 있다.
구태여 기본법을 새로 제정해야 할지는 관계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다. 어쨌든 정부사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경영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책임경영제의 확립이 시급한 것만은 분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