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금호호텔 화재는 "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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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구=연합】10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대구 금호호텔 화재사건은 화상을 크게 입었던 2O대 청년이 세상을비관, 계획적으로 저지른 방화사건으로 밝혀졌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4일 박장고씨(23·부산시신선동 1가 209)를 대구교회 연쇄 방화범으로 붙잡아 조사중 금호호텔 방화사건의 범인임을 자백받고 박씨를 현주건조물등 방화죄를적용,구속하는 한편 증거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박씨로부터 소형 아리랑성냥2통, 열쇠3개, 흰장갑 1켤레등을 증거품으로 압수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2월29일 0시쯤 전공을 가장, 금호호텔정문 프런트를 통해 2층로비에 진입, 복도및 지배인실등에 숨어있다가 29일상오 6시58분쯤 2층 로비에 있는 데스크 아랫부분에 미리 준비해간 신문지5장에 휘발유(라이터 기름종류)를 부은뒤 성냥으로 불을붙여 방화후 1층계단을 통해 달아났다는 것이다.
박씨는 호텔을 빠져나온즉시 지나던 택시를 타고 대구시 방촌동 동촌유원지로 갔다가 다시 시내로 들어와 대구역부근 무허가 하숙집과 교회등을 전전하면서 그동안 숨어지내왔다는 것이다.
박씨는 79년6월께 인천시부평동 모제분소 종업원으로 근무할 당시 화재로 인해 얼굴등 전신에 화상을 입었으나 보상을 받지못해 일그러진 얼굴을 저주하면서 지내오다가 생활이 궁핍해지고 특히 보상을 받지 못한데 대한 불만등이 싸여 방화를 저지르고 다녔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범인 박씨는 또 불만보면 황홀해지고 기분이 좋으며 화상을 입을 당시의 자신의 본래 얼굴모습이 환상으로 떠오른다고 말해 경찰은 병적인 행동으로 보고 정신감정을 하기로했다.

<검거>
박씨는 3일 하룻동안 대구시내 3개 교회를 돌며 불을 질렀으며 3일하오 6시30분쯤 마지막 장소인 삼덕천주교회에서 불을지르고 나오다가 교회 경비원 이명덕씨(36)와 순찰중인 대구중부서 최병덕순경(34)에게 붙잡혔다.
경찰이 박씨를 금호호텔화재사건의 방화범으로 보는 이유는 3일 하룻동안 교회 3곳에서 발생한 방화사건과 수법이 비슷하고 박씨가 방화를 하기 전후의 호텔내부 사정이 화재발생이후 경찰이 실시한 현장 검증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범행>
▲금호호텔=지난달 29일 0시쯤 전공복장으로 호텔1층 프런트를 거쳐 2층로비에 침입, 숨어있다 상오6시58분 2층로비 데스크 아랫부분에 미리 준비해간 신문지 5장에 휘발유(노란 플래스틱통에든 라이터 기름종류)를 부어 성냥으로 불을지르고 1층계단을 이용 도주
▲동인교회방화=3일하오2시24분 대구시동인동4가150 동인교회(목사 소신열·52)1층 소예배실내 방석 5장에 성냥으로 불을질러 책상등 싯가 25만3천원상당을 불태우고 도주.
▲중부교회방화=3일하오3시52분쫌 대구시공평동14의4 중부교회 2층안에서 교회벽에 붙여둔 습자지를 뜯어모아 성냥으로 불을질러 집사 사공연씨(55) 소유 책상등 싯가 8만8천원 상당의 피해를 내고 도주.
▲삼덕천주교회=3일하오6시30분쯤 대구시삼덕동1가64의2 삼덕천주교회 유치원 교실안에서 공책등 휴지를 모아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교회소유 스케치북등 싯가3천5백원 상담을 태움.

<범인>
74년 부산 H중학교 2년을중퇴한 범인 박은 부산에 아버지 박모씨(61), 어머니 최모씨(50) , 형(34)등과 셋방살이로 어려운생활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9년6윌 인천모제분소종업원으로 근무당시 화재로 전신에 화상을 입어 얼굴이 보기흉할 정도로 일그러져 이를 비관해 왔다는것.
81년 5윌부터 경북영천군화북면 김모씨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다 지난해 6윌께 상경, 서울쌍문동등지에서 구걸생활을 해왔다.
◇장병임교수(63·서울대교수·심리학)=일반적으로 방화충동은▲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복수심에서▲성적욕구가 충촉되지 않을때의 도착(도착)행위로▲세상을 비관하는 극단적인 염세감정▲자살하고 싶으나 용기가 없어 다른 범죄행위의 보상으로 죽여주기를 기대하는 치환(치환)심리에서 빚어진다. 이같은 충동이 어떤계기로 행동화한것으로 볼수 있는데 겨울철의 방화는 추위나 굶주림같은 외적환경과도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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