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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는 남자] 캔디에겐 교도소 동기가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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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는 유독 TV 주말 드라마와 궁합이 좋다.

‘메이 퀸’(2012, MBC)과 ‘금 나와라 뚝딱!’(2013, MBC)을 통해 주말 드라마의 여왕으로 떠오른 그는 올해 초 출연한 수목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KBS2)가 평균 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자, 다시 MBC 주말 드라마 ‘전설의 마녀’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10월 25일 방송을 시작한 ‘전설의 마녀’는 한지혜를 비롯해 고두심, 오현경, 하연수 등 세대를 아우르는 여자 배우들이 교도소 감방 동기로 등장해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복수를 돕는 이야기다. 같은 시간대에 SBS에서 방송하는 ‘미녀의 탄생’의 세 배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녀의 탄생’은 한예슬이 드라마 ‘스파이 명월’(2011, KBS2) 촬영장 무단 이탈 사건 이후 드라마에 처음 복귀한 작품으로, 망가지는 연기를 하는데도 너무 예쁜 한예슬 미모가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한데 ‘전설의 마녀’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걸 보면, 시청자는 ‘전설의 마녀’를 보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참고로 이 두 드라마에서 각각 주연을 맡은 한지혜와 한예슬은 2001년 모델 선발 대회에 나란히 출전했던 사이다. 한지혜가 ‘전설의 마녀’에서 연기하는 문수인은 여린 듯하면서도 강단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지혜에게 퍽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재벌가의 며느리로 갖은 구박을 받으며 살았던 수인은 남편마저 잃은 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큰 키와 마른 몸매, 흰 피부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지닌 한지혜는 이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꽤 안정감 있게 연기해 보인다.

억울한 여인의 사연이 없는 주말 드라마가 있겠냐만, ‘전설의 마녀’는 흥미로운 설정을 더한다. 수인의 시댁 가문이자 그에게 누명을 씌운 신화그룹이 수인의 감방 동기 모두에게 공공의 적이라는 설정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여느 드라마처럼 수인이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대신 신화그룹을 상대로 감방 동기와 전면적인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 즉 여성의 연대를 극의 중심에 둔다. 그 복수의 과정에서 수인 역시 점점 강해지고 있다.

예쁘고 착하지만 속 터지게 답답했던 수인은 교도소에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얻고, 남편이나 시댁에 의존하기만 했던 삶을 추스를 만한 마음의 힘을 기르고, 제빵 기술을 배운다. 그리고 출소 후 홀로서기를 한다.이제 수인은 온갖 부당한 대우에도 쥐 죽은 듯 살던 예전의 수인이 아니다. 신화그룹 회장이자 그에게 누명을 씌웠던 장본인인 시아버지 마태산(박근형)이 출소한 수인을 불러 돈 봉투를 건네는 장면. 수인은 단호한 목소리로 돈 봉투를 거부하고 사과를 독촉했다.

그의 눈빛에는 서릿발 같은 분노가 일렁거렸다. 이는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지만, 그의 앞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이 남아 있다. 수인과 애틋한 감정을 나누고 있는 신화호텔의 셰프 남우석(하석진)을 마태산의 둘째 딸 마주희(김윤서)가 좋아하게 된 것. 이 삼각관계는 물론이고, 신화그룹에 대한 복수를 완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디 수인이 복수를 멋지게 완수하기를, 스스로를 책임질 줄 아는 캔디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 드라마는 전문직 여성을 좋아해
제빵을 소재로 했던 ‘제빵왕 김탁구’(2010, KBS2)에 ‘신들의 만찬’(2012, MBC)의 막장 요소를 더한 다음, ‘메이 퀸’과 ‘금 나와라 뚝딱!’의 한지혜 캐릭터를 얹으면 ‘전설의 마녀’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교도소 여자 동기라는 신선한 설정이 첨가되긴 했지만, ‘전설의 마녀’는 기존 한국 드라마의 메뉴를 재활용한 한상차림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요즘 한국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은 누가 더 실력 좋은 전문직이 되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왔다! 장보리’(2014, MBC)의 장보리(오연서)가 연민정(이유리)과 한복 짓기 솜씨를 수없이 겨루고, 여러 ‘디자인 실장님’이 아침 드라마의 단골손님이 됐듯, ‘전설의 마녀’의 수인도 마찬가지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던 그는 감방에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운다. 감방 동기인 심복녀(고두심)와 함께 제빵 경연 대회에 나가 1등을 차지해 활짝 웃는 수인. 시댁 욕조에서 이불 빨래 하다 시누이가 던진 속옷에 얼굴을 맞던 수인보다 지금처럼 빵 만드는 수인이 훨씬 행복해 보인다.

진명현
새벽에 노트북으로 드라마 다운받아 보는 남자. 낮에는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팀장. 사람들이 악역이라 부르는 캐릭터에 곧잘 애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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