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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대학들 충청캠퍼스 조성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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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청 북부 지역에 대학 캠퍼스가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부지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수도권에 진출은 못하더라도 인접 지역에 캠퍼스를 개설해 신입생을 유치해보자는 차원이다. 주로 호남권 대학이 오고 있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충청권 대학도 있다. 상당수 충청권 대학이 수도권으로 떠난 상태에서 빈 자리를 다른 대학들이 채우는 양상이다.

 충북 영동대는 2016년 3월 충남 아산에 캠퍼스를 열 예정이다. 2012년부터 이전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과 인허가 등의 문제로 착공이 지연됐다. 이곳엔 컴퓨터공학과와 사이버경찰학과 등 경쟁률이 높은 6개 학과(입학 정원 총 190명)가 들어선다. 영동대는 인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현대제철 당진공장 등과 협약을 맺고 야간대학·대학원 개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산 캠퍼스 개설에 대해 교육부에서 인가도 받은 상태다.

 정보영 영동대 홍보팀장은 “대학은 이미 생존 위기에 직면했고 2018년부터는 문을 닫는 곳도 발생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신입생 유치가 쉬운 수도권 인근으로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전북 완주군에 있는 우석대는 지난 3월 충북 진천에 캠퍼스를 차렸다. 국제대학·과학기술대학·문화사회대학 등 3개 단과대학을 운영 중이다. 정원은 4학년까지 총 2080명. 경기도 안성과 접해 있는 진천은 서울에서 1시간 거리다. 진천군은 우석대를 유치하기 위해 유영훈 군수가 대학을 여러 차례 방문해 “수도권과 가까이 있어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쉽다”고 설득했다.

 김응권 우석대 총장은 “진천 캠퍼스는 대학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역과 협력하면서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대학의 모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의 세한대(옛 대불대)는 지난해 개교 20주년을 맞아 충남 당진에 캠퍼스를 열었다. 여기에는 11개 학과가 있다. 대학 측은 해양레저학과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등 중국·동남아시장을 겨냥한 학과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실용음악학과를 집중 홍보하며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 곳엔 교무처와 학생지원처·입학관리처·기획처 등 주요 조직을 갖췄다. 세한대는 지난 10일 열린 대전·충남 지역 총장협의회에 회원대학으로 가입을 신청하는 등 지역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남 지역 대학 중 충청권에 가장 먼저 캠퍼스를 건립한 곳은 서남대(전북 남원)다. 2002년 충남 아산시 송악면으로 일부 학과를 옮겼다. 아산캠퍼스에는 23개 학과 3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천안 지역 대학 관계자는 “충청권 대학은 수도권으로, 호남권 대학은 충청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4~5년 뒤엔 호남 지역 대학들이 캠퍼스를 몽땅 충청권으로 옮기는 등 새로운 생존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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