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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전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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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알프스의 명봉 융프라우에 오르는 등산 전차는 우리 나라 명산 개발에 한 패턴이 될만하다.
최근 문화재 위원회는 설악산 기슭에 케이블 카 설치 문제를 놓고 시시비비를 벌여왔었다. 결론은『불허』-. 천연보호구역을 손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융프라우 등산전차는 한번 보아둘 필요가 있다.
「베른 주의 고지」라는 뜻의 베르너 오베를란트(Berner oberland)약자를 따서 BOB로 불리는 이 전차는 전장 23.5㎞. 그 중간지점인 클라이네샤이데크로부터 최고봉 융프라우까지 이르는 9.3㎞는 암중터널이다. 20리 남짓한 터널을 뚫는데 꼬박 6년이나 걸렸다.
1896년 기공, 1912년에 완성. 스위스 사람들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난공사를 용케도 해냈다.
80여 년 전에 스위스 사람들은 벌써 그런 궁리를 했었다. 그 시대의 장비며 기술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일이다.
그러나 공사보다도 이 명산을 개발한 아이디어가 더 경탄을 자아낸다. 알프스의 얼굴 격인 명산, 거봉들이 즐비한 정면의 경관은 하나도 손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니 산중의 석회암벽을 뚫고 전차로를 놓았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암벽은 편마암으로 변해 공사는 난항을 거듭했다.
호반의 관광촌 인테롤라켄을 출발,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숲과 목초지를 내다보며 굽이굽이 오르는 전차는 험산 준령에 이르러 바위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터널의 암벽엔 시멘트도 없이 꺼칠꺼칠한 바위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인간의 집념이 얼마나 강인한가를 보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이다.
그린델발트에서 아이거 북벽과 묀흐를 거쳐 해발 3천4백54m의 융프라우 요흐까지는 불과 40분.
그 요흐의 테라스에선 알레치호른 빙하의 창세기적 정적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의 상상을 전하는 이런 험산 고봉이 개발되었다는데 있다. 만일 BOB와 같은 등산전차가 없었다면 융프라우는 영원히 등산가들만의 산이었을 것이다. 오늘의 세계적 명성과 관광수입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나라의 명산들도 세계의 관광객에게 내놓아 손색이 없다. 그 수려한 경관은 스위스와는 다른 감동을 준다.
그러나 개발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이름만의 명산이지, 관광객들에겐 그야말로 병풍 속의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내일을 내다보는 원대하고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케이블 카나 위락시설도 설치돼야 한다. 다만 졸속과 무책임에 맡길 일은 아니다.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개발작품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스위스가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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