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시대 잔영 일침의지|「12·24 은전」의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 성탄절 은전 조치는 지난 16일 김대중씨의 서울 대법원 이송 및 도미치료 허용발표 때 이미 강력한 시사가 있었다. 이진희 문공 장관은 그때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 연루자 및 광주사태 관련자들을 포함한 구 시대 및 혼란기의 유사한 법 위반자에 대해 우리사회 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12·24 은전은 그 시사의 실천이다.
새 헌법 제정과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에 따른 제5공화국 탄생이 「새 시대」를 향한 당위의 출발이라면, 이번 일련의 조치는 현실적인 「새 시대」를 확인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법률적인 단결과 새 출발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의 잔재와 주름살이 국민 화합을 저해하고 새시대의 내실화를 제약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시대와 혼란기의 범법자들에 관용을 베풀어 새 시대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과거가 던지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걷고 명실공히 국민 화합을 이루자는 데 이번 조치의 뜻이 있다.
김대중사건·광주사태·전민련·계엄법 위반·인혁당 사건 관련자 48명에 대한 이번 은 사로 구시대 및 혼란기를 대표하는 문제의 구속 자들은 모두 사회로 복귀하게 됐다. 이른바 「구속자」또는「구속 인사」로 표현돼 온 모든 사람들이 풀려나게 된 것이다.
김대중 사건·광주사태·전민련·계엄법 위반이 혼란기의 것이라면 인혁당 사건은 문자 그대로 제5 공화국과 무연한 구시대의 것이다. 특히 인혁당 사건은 반공법 등 위반 이외에 유신의 큰칼이었던 긴급조치 위반자다. 구시대와의 결별의 좋은 상징이다.
당초 「구속자」들에 대한 은전 시사 때는 선별 은전 설도 강력히 나돌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원 석방으로 결과가 나온 것도 행형의 차원이 아니라 인도 내지 통치 적 차원의 결단으로 봐야할 것 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의 배경에는 제 5 공화국 출범 제3년을 맞는 시점에서 과정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안정되고 정치가 성숙되고 있으며, 경제와 사회가 안정기조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과 자신감이 밑받침 돼 있다.
당초 연말이면 연례적으로 검토하게 마련인 은전 조치가 이러한 자신감과 새로운 도약을 향한 결의에서 최고 통치자에 의해 이 같은 광범한 조치로 발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튼튼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말하자면 문제될 것이 없도록 모두 화합하여 잘 해나가자는 결의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관용은 어디까지나 구시대와의 단절과 새시대로의 동참을 의미하는 정치적 결단인 만큼 제5공화국 출범후의 범법은 엄연한 사법적 규제 대상임은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 정치·사회안정이나 국가안보를 해치는 일은 물론이고. 모든 범법행위에 대해서 더욱 엄히 대처한다는 것이 정의사회 구현을 지향하는 정부의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자 확고한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제 김대중·구속자·정치활동 피 규제자 문제 등 새시대로의 향진에 구시대의 잔영을 던지고 있던 얼굴이 하나둘 걷혀가고 있다. 오늘에 대한 자신과 내일에 대한 결의가 일반의 예상을 앞질러 빠른 속도로 응어리를 풀어가고 있고, 국민들도 뭔지 모르게 안온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러한 개방과 포용은 동참을 유도하는 국정 운영의 한 주요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새해 3월까지 각 당의 전당 대회 등 주요 정치행사가 끝나면 정치활동 규제자에 대해서도 어떤 조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정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은전조치에 포함된 형 집행 정지는 검찰이 ▲형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 보전이 어려울 때 ▲70세 이상의 고령 ▲기타 중대한 사유 등 7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할 때 혐의 집행만 정지하는 것으로서 재수감 사유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남은 형기를 집행할 수 있는 조치이며, 석방돼도 형의 실행기간에는 산입 되지 않는다.
가석방·가 퇴원은 실형선고 받고 복역 중 무기는 10년, 유기는 해당 형기의 3분의 1이상을 복역한 사람 중 행형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에게 실시한다. 가석방은 그 형 실효 또는 취소의 효과는 없으며, 가석방 후 무기는 3년, 유기는 남은 형기가 지나야 형의 집행이 종료한 것으로 간주된다. <김옥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