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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추진 골프장만 40여 곳…전남의 미래 두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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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골프장 개발 바람이 경향 각지에서 드세게 불고 있다. 참여정부의 골프장 확대 정책이 그 진원지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라 중상류층의 골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건설경기를 부양시켜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 고용을 창출하며, 자치단체에는 세수를 확충해 주자는 것이 정부의 의도인 것 같다.

수도권 등에 비해 저개발 지역인 전남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장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자치단체들은 한결같이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 관광인프라 구축, 세수 확충과 고용 창출 및 주민소득 증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전남 지역의 회원제 골프장 현황을 보면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하는 곳이 10여 곳이다. 그런데 민간단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새로 개발을 추진 중인 골프장은 40여 개 이상이 된다. 전남도의 22개 시.군 자치단체 가운데 섬 지역 자치단체를 빼고 평균 2개 정도의 골프장을 추진하는 셈이다.

게다가 전남도가 구상하는 해남 영암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에는 무려 1000만 평 규모의 초대형 세계 최대의 골프단지(18홀 규모, 33개의 골프장으로 추정)가, 정부로부터 지정된 무안군의 산업교역형 기업도시에는 108홀 규모의 대형 골프장 건설이 각각 계획되어 있다. 실로 일반인의 상식을 초월한 대규모 개발 구상이다. 현재의 계획대로 간다면 전남도는 가히 21세기 세계적 수준(?)의 골프공화국이 되는 셈이다. 언젠가 전남도 관계자가 전남을 골프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전남도의 구상대로 이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우선, 우리는 이렇게 많은 골프장이 동일한 시기에 비슷한 권역에서 추진되어도 될 것인지, 또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골프장 개발에 따른 중요한 절차인 지역주민의 의견도 무시되고 있고, 환경부로부터 받는 사전 환경성 검토와 환경 영향 평가와 전남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도 단순한 절차에 불과하다.

둘째, 일시에 수천만 평의 산림생태계가 잔디 위주의 골프장으로 형질 변경이 되었을 때 엄청난 환경 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야기될 것이 분명하다. 18홀 30만 평 규모의 골프장 하나만 가지고도 그 지역 수계의 수질이나 지하수 오염, 삼림 파괴, 농약 오염 등이 거론되며 찬반 논란이 있는데 이렇게 많은 골프장이 개발된다면 어찌 되겠는가.

셋째, 현재 전남의 구례.화순.장흥.무안 등에서 보이는 개발업체만을 위한 일방통행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 주민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지역공동체 파괴의 골프장 행정이 바람직한 일인지 이 또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개발의 광풍 앞에 문제제기, 특히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너무 작은 듯하다. 그러나 국토와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려해 과연 누구를 위한 골프장인지, 그대로 놔두어야 할 것인지 시민 모두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