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담보대출 금리쇼크 이젠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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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이뤄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기업들이 길게 보고 편하게 투자할 환경을 마련해주면서 가계의 소비심리도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데이비드 위스(사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에 던지는 고언이다. 국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3국을 순회하고 있는 그는 31일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한국이 이런 문제들만 잘 극복하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산업구조를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가 안정을 찾으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도 향후 6~24개월간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스는 그러나 "세계적인 집값 과열 국면이 끝나가고 있다"며 "한국에선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이제는 후유증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초 미국 뉴욕에서 집값이 20%가량 하락했던 사례로 들며 "특히 한국은 주택담보대출의 85%가 변동금리여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유가 현상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그는 "앞으로도 3~5년간 세계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경제의 장기 성장까지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산유국들의 공급 축소에서 야기됐던 오일쇼크와 달리, 이번 유가 상승은 수요에 의해 촉발돼 자체 조정이 가능할 것이란 게 그의 견해다. 석유 의존도가 낮아지고 대체 에너지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유가 급등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위스는 중국이 고유가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우려되면 위안화를 추가 절상하는 카드를 꺼내 인플레 차단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3~6개월마다 점진적으로 절상을 단행해 향후 5~10년간 5~10%가량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금리정책과 관련해서는 "연말까지 세 차례 연방기금 금리를 더 인상해 연 4.2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위스는 "이런 조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내년 1월 퇴임하기에 앞서 후임자가 향후 경기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금리를 조정할 여지를 넓혀주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현재 주택거품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줄기차게 올리고 있지만, 내년 이후 주택경기가 안정되고 경기가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면 다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 데이비드 위스=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선임경제고문과 FRB 선임 이코노미스트, 영국은행 경제자문역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S&P 수석 이코노스미스트로서 각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보고서 작성을 총괄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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