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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이란사태 델터 특공작전(6)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다음은 『운명의 날』인 4월24일 「브레진스키」안보담당보좌관이 작성한 인질구출 특공작전의 진행상황에 관한 기록의 일부다(시간은 워싱턴시간이며 괄호 속의 부분은 나중에 내가 추가한 것이다).
▲상오 10시35분=「브레진스키」가 대통령에게 특공작전의 초기단계에 관한 최신정보를 브리핑했다. 계획대로 작전이 개시됐다.
▲정오=대통령, 부통령, 「밴스」, 「브라운」, 「브레진스키」, 「조던」, 「파월」 등이 오찬을 함께 했다. 2대의 헬리콥터가 착륙 예정지 못 미쳐 비상착륙 했을지도 모른다는 첫 시사가 보고되었다. (당시일기는 쾌청한 날씨로 예보됐는데도 헬리콥터들은 현지의 심한 먼지 폭풍에 휩싸였다.
헬리콥터 l대는 항공모함으로 귀환했고 다른 l대는 남쪽사막지대에 남게되었다. 이 헬리콥터의 승무원들이 구출됐다는 사실은 모든 일이 끝난 뒤 점호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란 군 초소는 2대의 항공기가 불을 켜지 않은 채 저공으로 비행하고 있음을 탐지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이란전역의 라디오방송을 계속 모니터하고 있었다) .
▲하오 3시15분=헬리콥터 2대가 비상 착륙했다. 미 해군작전부대는 나머지 헬리콥터들이 현장에 내려서 승무원들을 구조한 다음 6대의 헬리콥터가 사막 제1기지로 향하고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으로 30분 이내에 사막 제1기지의 소식을 알아야만 한다.

<이란, 저공비행 탐지>
이란 헌병대의 경계태세가 강화됐다는 징후는 없다(이란에는 시골의 조그마한 마을에까지 소규모 파출소가 있었으나 우리는 그들의 감시를 성공적으로 피했다. 우리 특공대원들이 이란을 완전히 철수 할 때까지 이란당국은 아무런 경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C-130수송기가 모두 사막 제1기지에 도착했다. 첫 문제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3대의이란 차량이 발견된 것이다. 1대는 도망가 버리고 40여명 (실제는 44명)의 승객을 태운 버스는 특공대원들이 역류하고 있는 것 같다. 「브라운」과 「브레진스키」가 급히 협의했으나 이 때문에 특공작전을 취소할 이유는 없다는데 견해를 같이했다.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추가협의를 해야겠다.
「브레진스키」가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해 그의 지시를 받을 예정이다(이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불운이었다. 우리는 수주일 동안이나 착륙지점을 관찰했으나 그 지점주변의 차량통행은 거의 없었다. 미 군기들이 착륙한 직후 44명의 승객이탄 이란 시골버스가 나타났고 곧이어 유류 수송트럭과 소형트럭이 왔다. 이2대의 트럭은 가솔린 밀수꾼들이 몰고 온 것 같았다.
밀수꾼인 이들이 경찰서로 가서 우리 대원들의 출현을 신고할 것 같지는 않았다. 특공대장 「베크위드」대령은 오히려 밀수꾼인 이 트럭운전사들이 미군 특공대원들을 이란 경찰관으로 오인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골버스의 승객들이 이란당국에 신고하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나는 이 버스승객들을 C-130 수송기에 태워 일단 이집트로 공수한 다음 특공작전이 모두 끝난 뒤 이란으로 되돌려 보내는 계획을 승인했다. 우리는 어떠한 사상자가 생기는 것도 예방하도록 몹시 신경을 썼다) .

<사막기지 버스출현>
▲하오 4시21분=「존즈」장군(합참의장)은 「보트」장군(이집트에 머물면서 특공작전을 총괄지휘하는 사령관)으로부터 사막 제l기지에서의 상황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사상자는 없었다. 현장에서 도망간 차량은 사막 서남쪽으로 15마일 떨어진 마을로 질주했다. 이 마을엔 헌병초소가 하나 있긴 했어도 방에는 보초가 근무하지 않는다.
4대의 헬리콥터는 하오 4시20분 재급유를 끝냈으며 나머지 2대의 헬리콥터에 재급유가 시작됐다 (폭풍 때문에 중간에 비상착륙 했던 헬리콥터 1대는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이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작전 스케줄이 약간 지체됐으나 별다른 큰 문제는 안되었다) . 역시 비상착륙 했던 또 다른 헬리콥터 1대는 이미 항공모함으로 철수했다.
「보트」장군은 모든 것이 앞으로 40분 이내에 완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사막 제1기지에서의 작전진행상황에 청신호가 켜졌으며 특공대원들을 테헤란시 근교로 수송할 만반의 태세가 갖추어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오 4시45분=「브라운」이 「브레진스키」에게 황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특공작전을 취소해야할 사태가 발생했소. 사막 제 l기지에 있던 헬리콥터 1대의 유압 계통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작전에는 최소한 6대의 헬리콥터가 필요한데 이제 우리는 헬리콥터의 부족사태를 맞은 거요.』
C-130수송기들은 철수할 때 사용할 계획이었다. 대통령에게 수분 내로 특공작전의 취소결정을 내려주도록 요청했다(모든 작전은 밤중에 완료해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최종결정이 즉각 내려져야만 했다) .
▲하오 4시50분=「브레진스키」로부터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브라운」과 「존즈」에게 상세한 정보와 특히 현지 지휘관의 건의내용을 알아보도록 했다(특공대장 「베크위드」대령과 이집트에 있던 작전사령관 「보트」장군은 당초 계획에서 필요했던 최소한의 헬리콥터가 6대였음을 들어 특공작전을 취소하도록 건의했다).
▲하오 4시57분=대통령이 「브라운」에게 『현지 지휘관의 건의에 따르라』고 말했다. 이로써 특공작전은 완전 취소되었다
바로 이 시간에 「먼데일」부통령, 「크리스터퍼」, 「파월」, 「조던」, 「브레진스키」 등이 내 서재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밴스」와 「브라운」도 합류했다. 우리는 특공작전이 실패로 돌아간데 대해 모두가 낙심하고 있었으나 현지상황은 여전히 완벽한 지휘아래 처리되고 있었다.

<현지서도 취소 건의>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거나 적에게 탐지될 경우 우리는 언제든지 작전을 취소한다는 세심한 계획을 짜놓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몹시 낙심했지만 아무런 희생자도 나지 않았다는데 대해 하느님께 감사했다.
▲하오 5시18분=「브라운」이 대통령에게 미군 헬리콥터 1대의 행방이 묘연해졌으며 그 헬기에 탄 승무원 둘의 생사여부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보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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