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공무드 조성 노렸다 레프첸코 폭로속셈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레프첸코」 전KGB (소련비밀경찰) 소령의 「폭로발언에 대한 일본 국내의 반응은 처음의 충격에서 점차 대 미 공격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좌선회 하고 있는데 12월26일자(14일 판매) 주간 요미우리는 『일본 정계·언론계를 협박하는 미국의 음모』 란 제목으로 미 정부의 망명스파이에 대한 처리방법, 「레프첸코」 폭로발언의 배경 등을 다루고있다.
「가꾸마」 란 평론가가 쓴 이 분석기사에 따르면 미국정부가 망명자를 받아들이는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우선 역 스파이 공작을 위해 잠입한 위장간첩 여부를 가리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한 다.
때로는 스파이영화가 무색할 정도의 트릭을 구사하는가 하면 약물을 쓰거나 고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결코 『미국편에 서겠습니다』 라고 한다고 해서 『아, 그렇습니까. 환영합니다』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달려들어 심층심리의 밑바닥까지 토해내도록 한 후 『절대 믿을 수 있다』 는 확신이 서야 비로소 망명자로 인정된다
그러나 보통 이민처럼 자유로운 생활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짧으면 l년, 길게는 3∼5년의 보호관찰기간을 거쳐야한다.
이때는 미첩보당국이 지정하는 곳에 살아야 하며 경비가 따른다. 그 한가지 이유는 적스파이가 망명자의 임을 막기 위해 암살을 기도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나 동시에 2중 간첩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사태가 완전히 진정 됐을 때 비로소 주기로 돼있는 보수를 주고 본인이 선택하는 은밀한 집에서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1개월에 한번은 담당 첩보기관과 연락을 취하고 그때 다음 한 달간의 생활비도 받게된다.
금액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며 중 상급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지급된다. 생활비가 적으면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련의 경우 강제로 선전활동에 협력할 것을 요구받지만 미국의 경우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충성을 보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수는 얼마든지 있다. 「레프첸코」 도 이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가꾸마」 씨가 분석한 미 정부의 이번 「폭로발언」 공표의 저의는 5가지다.
첫째는 미국·일본에서의 반공의식의 앙양, 둘째는 KGB에 대한 경계심과 공포심을 불어 넣는 것, 그리고 셋째는 미소군비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하이·테크놀러지」 전략상 소련의 정보망을 철저히 두드릴 필요가 있다는 것, 네째는 시기로 보아 미국의 중간선거, 일본의 총재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레프첸코」 폭탄을 터뜨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다섯째로 중소접근이 예상이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일본 야당의 평화공세를 저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스파이왕국」 이란 말을 듣는 일본의 보안태세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