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만드는 마술, 놀라운 '그림자 예술'의 세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불빛 앞에서 손 모양을 이리저리 바꾸고 포개면 반대쪽 벽면에는 검정색 개·비둘기·토끼 등의 동물 모양이 나타난다. 어린 시절 많이 해본 '그림자 놀이'다. 정말 신기한 건 정작 그림자를 만드는 손 모양은 개나 비둘기, 토끼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조각가 테오도시오 세크티오 아우레아(Teodosio Sectio Aurea)는 조각과 빛을 이용해 작업하는 '그림자 예술가'다. 조각을 먼저 만들고, 그 조각에 빛을 비추어 나타나는 그림자까지가 하나의 작품이다. 말하자면 그의 목표는 하나의 작품에서 두 가지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우레아의 조각 작품들은 소재가 다양하다. 일본 가정집에 놓여 있을 것 같은 벚꽃 화분을 정교하게 조각한 작품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여기에 천을 두르고 빛을 비추면 여성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형형색색 꽃다발 조각은 이파리를 든 여성의 실루엣이 되고, 길게 뻗은 나무는 긴 머리를 흩날리는 여인의 모습이 된다.

때때로 그림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로 펼쳐지기도 한다. DNA 모형의 조형물에 불빛을 비추니 벽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비례’가 그려졌다. 어지럽게 얽힌 철사 덩어리에 불빛을 비추면 피카소의 유명한 ‘게로니카(Gueronica)’가 나타난다.

아우레아는 철사와 고철 덩어리 등으로 만든 ‘추상 조각’의 아름다움과 그 그림자를 통해 드러나는 직관적인 아름다움, 두 가지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화가를 묻는 질문에 아우레아는 “살바도르 달리, 잭슨 폴록, 칸딘스키, 그리고 다시 살바도르 달리”라고 말한 바 있다.

김현유 인턴기자
hyunyu_kim@joongang.co.kr
사진 테오도시오 세크티오 아우레아 공식 홈페이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