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통령 코드 제대로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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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가 최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화물연대 포항지부의 철강업체 출입문 봉쇄조치에 대한 관계부처의 허술한 대응을 호되게 질책한 것을 계기로 盧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알리는 작업에 나섰다. '盧대통령 코드 제대로 알리기'작업인 셈이다.

물리적 집단행위에 대해 엄정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경찰 등 공권력 행사 주체들이 盧대통령의 진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법집행을 주저하는 기류가 있다고 보고되는 등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태영(尹太瀛)대변인은 9일 "취임 후 일련의 결정은 盧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배치되지 않는다"며 盧대통령의 '코드'를 "실용주의와 상대주의, 세력 간의 균형"이란 말로 압축했다.

盧대통령이 안상수 인천시장의 구청 방문을 공무원노조 소속원들이 저지한 데 대해 공직기강 해이를 질타하고 전교조의 반미수업 현황 파악 후 "가치관에 대한 교육은 민간단체가 지침을 내려야 할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은 것 등이 盧대통령의 '진짜 코드'를 알려주는 사례란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라크 파병 결정과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 청와대 참모 등과의 골프회동 등 취임 후 선택에 대해 일부 지지세력으로부터 '노무현답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국정철학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부에선 한다.

尹대변인은 "진보 쪽에 무게가 실려 있을 것이란 일반의 인식은 초선 의원 시절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상태에서 약자의 입장에 섰던 노동운동가의 모습이 투영된 결과일 것"이라며 "그러나 1990년대 이후 盧대통령의 행적은 합리와 실용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김만수(金晩洙)부대변인은 "장기적인 방향은 설정하되 주어진 상황에선 작용하는 힘을 고려해 최선의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측은 '잘못된 코드 읽기'를 막기 위해 앞으로 공직 사회는 물론 노동자나 재계 등에 대해 대통령 편지 발송과 다양한 대면접촉 설득을 전개할 예정이다. 盧대통령 자신도 화물연대 문제와 관련, 9일 "질서유지를 위해 법과 원칙을 단호히 적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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