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일본군 30만 살육 … 산처럼 명백한 증거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난징대학살기념관에 전시된 자료들을 둘러보고 있다. [난징 신화=뉴시스]
추모식을 위해 군 의장대가 행진하는 뒤로 난징대학살 희생자가 30만명이라는 글이 중국어·한국어등 여러 언어로 쓰여 있다. [난징 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같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일본의 역사 인식을 정면 비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거행된 국가 추모식에 참석, “난징 대학살은 반인륜적 범죄이고 인류 역사 암흑의 한 페이지”라며 “이를 부인한다는 것은 (인류에 대한) 배반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날은 77년 전 일본군이 난징에서 대학살을 시작한 날로 지난해 중국의 국가추모일로 공식 지정됐다.

 시 주석이 과거사 인식과 관련해 일본 정부를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경색된 중·일 관계가 쉽게 해빙무드를 맞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일본군은 난징에서 30만 명의 동포를 처참하게 살육하고 부녀자들을 유린했으며 도시 건축물의 3분의 1을 파괴하는 세상에서 가장 처참한 대학살을 저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역사는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으며 교활한 말로 왜곡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대학살은 ‘산과 같이 명백한 증거(鐵證如山)’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전쟁 범죄는 소수 군국주의자들에게 있으며 그 민족 모두를 원수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추모식을 개최한 것도 원한을 키우자는 게 아니고 중·일 인민들이 세대를 넘어 우호관계로 발전하고 역사를 거울삼아 인류평화에 공헌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모식은 1985년 8월 15일 대학살 현장에 세워진 난징대학살기념관에서 시 주석과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국가 지도부 인사들과 희생자 가족 등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30여 분 동안 열렸다. 추모식에는 국제우호단체 중 하나인 일본의 동철로공회(東鐵路公會) 대표들도 참석했다. 또 매년 국가 추모 제사에 사용될 대형 정(鼎·다리가 셋 달린 솥)도 공개했다. 구리로 만든 이 솥은 2014년을 기념해 무게를 2014㎏으로, 돌 받침은 12월 13일을 기념해 1213㎏으로 제작됐다.

 시 주석의 추모사가 끝난 뒤 30만 명의 대학살 희생자를 상징하는 비둘기 3000마리가 난징시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했다. 또 학살 77주년을 추모해 77명의 청소년들이 지은 ‘평화 선언’도 공개됐다.

 이날 난징 외에도 상하이(上海)와 허난(河南)성 핑딩산(平頂山)시,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등에서도 헌화와 묵념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1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이른바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에서도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렸다. 한편 교도통신과 NHK·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중국의 첫 국가 추모식 개최와 관련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국가적 행사”라고 13일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범죄 부인한 건 반복할 수 있다 뜻"
77주기 맞아 일본 역사 인식 비판
일본 언론 "일본 견제 위한 국가 행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