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김장도 「인스턴트」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각 가정의 독특한 맛으로 솜씨를 자랑한다. 김치가 일종의 제품으로서 수요가 급증, 의사나 병원·식당공급에 이어 이제 가정에까지 확산되고있다.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절임배추와 김치속·공장 김치류의 주문김장과 인스턴트김장이 호황을 누린것이 특징. 비닐하우스재배로 김장량도 현저하게 줄어드는등 달라져가는 김장풍속도를 알아본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절임배추는 올해들어 아파트단지에서부터 고객층을확보, 생산지에서 직접 절여서 수송되거나 H유통·J식품·P식품등의 전문공장에서 양산되어 양념으로 버무려진 김치속까지 함께 판매되고있다.
가격은 생배추 2백50원에 비해 반으로 자른 절임배추가 5백원, 갖은양념으로 버무린 김장속이 1근(4백g에 1천5백원으로 약간 비싼편).
그러나 H쇼핑센터의 경우 올해 성수기에는 하루 2천포기가 모자랄 지경이었고 J식품에서는 작년보다 7배의 엄청난 신장률을 보이기도했다.
절임배추는 생산지의 경우 염분 3%로 12시간 절여둔 것으로 2일이내에 담가야 그 신선도가 유지된다.
겉절이로 절임 배추에 김치속을 넣어 즉석판매되는 김장김치외에 필요한 양만큼 주문하는 공장김치는 양에 관계없이 배달이 가능하며 양념된 김치속과 기계로 선 마늘·생강·다듬어진 미나리·파류의 손질이 필요없는 양념도 따로따로 판매되고 있다.
박복수사장(풍산식품)은 『비위생적이라고 꺼려하던 밑반찬류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한다는 점에서 김장준비도 제품화되는것 같다』며 시내주요백화점과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공장김치 판매량이 현저히 하다르다』고 지적, 『아파르단지의 주부들이 주문김치나 인스턴트 김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S용역에서는 주부3, 4명을 주민들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각 가정의 식성에 맞게 주문,생산하고 배추는 절여두고 여성단체소속의 파출부를 동원해 김장을 담그는 김장파출부도 새로운 현상이다.
아파트가구에서는 땅에 파묻을수 없는 현실의 극복수단으로 저장법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재래식독을 사용하던 방식에서 여름철 냉장도 가능한 스테인리스 김치독이 보급돼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단지변의 쇼핑센터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있다.
신지숙씨(29·주부·서울강남구 반포주공3단지)는 『처음엔 주부가 할일을 남에게 맡기는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아파트살림이라 보관이 어렵고 겨울철에도 배추를 구하기 쉬워서 우선 20포기만 공장김치로 주문해 보았다』며 시일의 격차를 두고 배달해 주는 탓으로 설익거나 신김치가 아닌 적당히 익은 김치를 늘 먹을수 있어 만족한다』고 덧붙인다.
주부들에게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영역으로서 아파트살림이 늘어나는한 김장김치의 제품화시대도 그리 먼 얘기는 아닌듯하다.
그러나 급증하는 수요층과는 달리 현재 기계화된 것은 「양념섞는 기계」와 「무우씻는 기계」뿐.
「김치의 기업화 시대」가 대두되면서 위생관리문제와 고유의 김치맛·저장방법등이 개선되면 점차 김장준비는 주부들의 손끝에서 사라진 과거의 풍속으로 남을지도 모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