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일과 격차좁힐 총력전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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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혜있는 농부는 수확과 함께 다음해의 농사준비를 서두르는 법이다. 제9회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종합3위의 값진 성적을 올린 한국은 이제 뉴델리의 영광과 환희를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대비한 새출발의 계기로 승화시켜야한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서울올림픽을 유치한 한국으로서는 보다 더 높고 험한 고개를 눈앞에 두고있다. 경기력향상은 물론 시설·운영의 모든 면에서 뉴델리게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뒤쫓아오는 북한을 의식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중공과 일본과의 격차를 좁히기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한국은 금메달에서 1위의 중공(61)에는 33개, 2위의 일본(57)에는 29개로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있다.
중공은 육상과 체조에서 각12개, 수영과 사격에서 8개, 그리고 탁구(6) 배드민턴(4)에서 대량 금메달을 따냈다.
일본은 수영(21) 육상(15) 사이클(5) 레슬링(4)에서 강세를 보였다. 대부분 메달박스인 기록경기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휩쓴것이다.
한국이 아시아에서만 통하는 복싱에서 7개의 금메달을 따낸것보다 육상과 수영에서 얻은 3개의 금메달이 더욱 가치있게 받아들어지고 있는것은 낙후된 기본종목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1백개의 은메달보다 단1개의 금메달이 앞서는것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의 엄연한 현실인만큼 기본종목인 육상·수영등 메달박스종목에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하고 비인기종목의 육성이 당면한 과제가 되고있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의 궁도·체조·탁구등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있어 궁도에서의 2개의 금메달은 가치있는 것이며 동양인의 체질에 적합한 체조나 한때 세계정상까지 올랐던 탁구의 재건이 무엇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이 북한과의 메달경쟁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하지만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대북한에 대한 우위를 지킨다는것도 피할수 없는 과제가 되고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북한과의 금메달레이스에서 74년 테헤란(16-15), 78년 방콕(18-15), 82년뉴델리(28-17) 등 해가 갈수록 큰격차로 북한을 압도하고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남북한이 직접 대결한 배구·농구·탁구·테니스(4-0) 복싱(7-3) 수영(3-0)등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사격(3-7), 체조(0-3)에서는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에 승산이 없으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던 북한이 8년만에 남자농구를 이번대회에 출전시키고 출전하지않은 테니스도 한국선수의 플레이 모습을 무비카메라에 담는등 전례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 출전할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낳게했다.
전종목에서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하고있는 한국에 비해 북한은 메달획득이 가능한 일부종목에 대한 집중육성을 하고있어 올림픽등 세계대회에서 만만치만은 않다.
이번 뉴델리아시안게임의 시설·운영면에서 86년아시안게임의 주최국인 우리나라는 많은 참고와 교훈을 얻어야한다. 인도는 비록 18개월간의 짧은 즌비기간이지만 일부 시설은 수준급이었으나 경기운영면에서는오류도 많았다. 좋은것과 잘못된 것에서 모두 교훈을 얻어야한다.
7만명을 수용하는 네루메인스타디움이나 2만5천개의 좌석이 마련된 인드라프라스타 실내체육관 그리고 4천5백여명의 임원·선수들을 수용하는 시저선수촌 등의 시설은 자랑할만한것이었다. 이들 시설의 부대시설인 주차장시설이나 음향시설도 본받을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으로서는 각 경기장과의 거리가 너무 멀고 교통안내판도 부족했으며 레슬링과 수영은 옥외경기장이어서 선수들이 햇빛의 영향을 받아 제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랐다. 경기운영면에서는 행사요원확보를 위해 대회기간중 각급학교에 방학을 실시. 학생을 동원했으며 영어가 공용어여서 의사소통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러나 기록관리와 프레스센터의 운영은 컴퓨터요원의 미숙으로 기록집계가 늦어 취재기자들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주기도했다. <조이권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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