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서 한국인의 힘찬 정신력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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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용식 올림픽 위원장)
◇약력 ▲1913년 경남 충무 출생 ▲38년 일본 중앙대학교 졸업 ▲80년 미국 미주리대학 명예법학박사 ▲49∼59년 주 홍콩·호놀룰루·일본·프랑스·스위스 특명전권공사 역임 ▲61∼62년 영국·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주차겸임대사 ▲63, 71년 외무부장관 ▲70년 대통령외교담당특별보좌관 ▲73년 통일원장관 ▲74∼81년 주영·주미특명전권대사 ▲81년 대한적십자사총재·한미수교1백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81년11월 올림픽조직위원회위원장

<스포츠 르네상스 개막>
『이제 분명히 한국스포츠의 르네상스는 막을 열었습니다. 뉴델리의 하늘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비로소 한국이라는 나라의 현주소를 찾았으니까요.』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84년 LA올림픽, 86년 서울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으로 이어지는 한국 스포츠가 넘어야 할 4개의 연봉 중에 첫번째 봉우리를 훌륭히 정복하고 돌아오는 선수단을 바라보는 김용식(70)올림픽조직위원장의 감회는 유난히 새롭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발족한지 1년여.
『시골길을 달리던 무명의 한국청년이 아시아를 제패한 것이나 15살의 어린 소녀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수영선수일 줄 누가 짐작이나 했습니까. 이 모든 일들이 그 동안 우리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한국인의 잠재적 저력이 마침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음대회 주최국 긍지>
김 위원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가장 큰 성과가 전통적인 강인성으로부터 기인하는 한국인의 힘찬 정신력을 재발견한데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국은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닙니다. 힘차게 생동하는 아침의 나라죠. 이번 대회의 결과가 그걸 증명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선수 한사람 한사람이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의연한 태도에서 우리가 차기 대회의 주최국민이라는 긍지를 보여주었고, 또 4천만 국민의 합심된 성원 속에서 배출된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고 되묻는 김 위원장.

<여건, 스스로 만들어야>
『이제 우리는 자신들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골목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이 바로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인 이라는 게 분명한 지금, 걱정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우리자신들 각자가 가지고있는 우수한 자질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는 여건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김 위원장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급격한 우리의 국력신장이 스포츠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인 문화 유감없이 소개>
『전시를 제외하고, 나라전체가 한뜻으로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단결할 수 있는 계기라면 올림픽 같은 큰 스포츠행사를 주관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선수를 비롯한 국민전체가 올림픽주최 국민이라는 긍지를 갖고있는 분위기 속에서 지금과 같은 속도로, 그리고 지금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만큼의 성원만 계속된다면 앞으로 남은 3개의 봉우리는 넘은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올림픽을 치러야할 시설문제도 그렇고 경기가 끝난 직후 2분 이내에 종합집계가 발표되어야하는 대회운영문제도 기어이 해내야만 하고 또 해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뉴델리 아시안게임은 아시안 게임치고는 잘된 편입니다. 약간의 미진함이 있었기는 했지만 주최국이 대륙성기질을 가진 인도라는 전제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유감없이 소개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는 충분할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김 위원장의 걱정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일.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핵심인 워싱턴이나 옛 영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프랑스의 파리, 그리고 이번 대회가 열렸던 인더스문명의 발상지인 인도의 뉴델리 같은 경우 국가적 이미지로부터 연상되는 「도시로서의 위엄」을 갖고있다는 게 과거 전권대사로서 세계를 풍미해온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서울 이미지 찾아내야>
86년 그리고 88년을 앞두고 과연 한국의 서울이 갖추어야 할 위엄은 어떤 것일까.
『남북분단의 비련을 겪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급성장을 거듭하고있는 나라, 일본 옆에 있는 나라 등으로만 알려진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실체가, 어떤 것인가를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그러기 위해서 근면하고 다이내믹한 우리의 생활태도를 상징할 수 있는 전통 문화적인 예술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다>
또 사회의 모든 규범들이 질서를 찾을 수 있도록 의식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단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갖게된 지금 86, 88올림픽을 통해 붙들어 놓은 세계의 이목을 기대만큼 보여주고 필요한 만큼 알려주고 자기자신들이 스스로가 한국에 대해 느끼도록 해주어야 하는 일쯤은 문제없습니다. 28개의 금메달이 대답해 주었으니까요.』
고희의 나이로 보이지 않을 만큼 세련된 매너를 갖추고 있어 국제신사의 멋스러움을 하나도 잃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은 아마도 자신으로부터 연유되는 「강인한 한국인론」을 굳게 믿고있는 듯하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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