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자로서가 아닌 인간적인 진로를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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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열살 꼬마녀석이 단 한마디로 엄마의 훈계를 내가 틀린다며 자신의 입장을 내세워 이 엄마를 부끄럽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시대와 사회의 변천이 예측할수없을만큼 빠르게 전개되고 전자시대·우주시대라는 놀라운 상황변화를 겪고 있는 오늘날, 과연나의 과거 일들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을는지.
그러나 인간의 두뇌를 얼마나 더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활의 방편이 다소 변동될지는 몰라도 인간의 존재가치나 그 추구하는 궁극적 이념에는 본질적인 변질을 가져오지 않는다. 나의 얘기가 시대감각에 뒤떨어지고 「돈·키호테」형의 모험과 도전이 범벅되어있지만 젊은이들에게는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별난 이상에 둘러싸여 꿈같은 성장을 하였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예수님의 사랑을 이땅에 실천해 보겠다는 믿음의 뿌리위에서 나의 계획은 시작되었다.
우리 때만 하여도 낭만이 있는 시절이므로 학교성적에 좌우되지않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공부보다는 고민의 시간이 더 많아 어머니의 말씀대로 「귀신 무우 먹듯이」여러가지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어보았다.
나이에 비하여 생각이 깊다보니까 자연히 말없는 학생이 되어 철학적 소녀라는 별명이 붙게되었고 그에 자극되어 눈빛마저 강렬하여 신비스러운 소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진학과 취업을 놓고 선택이 확실해지고 목표가 설정된 무렵이 중학교 때인데 여자라는 입장은 떠오르지 않고 인간적인 길만이 선택이었으며 사회에 공헌하는 일과 사리를 분명히 하는 능력을 훈련할 수 있는 길의 첫출발점이 법조인이라는 생각에 닿은것이다.
그러나 뛰어난 두뇌를 가진것도 아니요, 성격이 강한 의지의 소유자도 아니기 때문에 나의 이상은 때때로 망상이라는 아픔을 겪게되었다. 여기에서 나를 자극하였던 성경구절이 있었다. 신은 약한 자를 세워 강하게 하고 어리석은 자를 택하여 지혜롭다고 자청하는 자를 부끄럽게도 하신다는 약속이 눈에 띈 것이다. 나의 명상 중에는 이 귀절이 빠질수 없는 줄거리가 되었다.
누구의 조언을 받은바없이 혼자만의 계획이었으므로 진로의 관문을 릉과하기 위한 시험에서 가끔 실패하여 무척 속상하였고 당연한 과정으로 밟아가는 판사에서 변호사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기선을 돌릴때마다 아찔한 고뇌에 빠졌다. 그때마다 신앙적 결심이 나를 뒷받침해 주었다. 세속적 충족요건을 겁없이 도외시하였으며 어떤 비리나 부조리를 부러워한 적이 없었고 그것에 편승하려는 착각을 해본적도 없는단순한 신념의 선택이었다.
우리 주위에는 정의롭지 못한 삶을 모범적이라고 강요하는 천박한 현상도 있고 불공평한 여건하에서 경쟁시키는 피곤한 사회측면도 많이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로 하여금 인생의 진로선택에 있어서 혼란을 주고 방향설정이 어렵도록 갈팡질팡하게 만들어 허무와 실패의 자리로 빠뜨리게도 한다.
따라서 오늘날 젊은 세대는 스스로 진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구도적 노력을 더 하여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다.
그러나 문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의지의 사람들이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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