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긴 생활속의 과학-최우수상 받은 과학화 모범사례 2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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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과학기술단체 총 연합회는 26일 제4회 과학화 모범 사례 발표회를 갖고 최우수상인 과기처장관상과 문교부장관상에 안두순씨(41·전남 완도군 노화읍 이포리·농업), 이만영(51·경북 영일군 계원 국민교교감)씨를 선정, 부상 30만원씩을 수여했다. 평소 생활하는 중에 과학적 아이디어를 짜내 이를 실천에 옮긴 내용을 발표하는 이번 4회 발표회에는 총92편이 출품되었는 데 이들 최우수상 수강자들의 과학화 사례 2편을 요약해본다.
안씨가 생활을 과학화한 부분은 계량단위의 정착화. 외딴 섬에서 농업을 하는 안씨는 금년 3월 부인이 빨래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야에 빨래감을 넣고 비닐봉지를 뜯어 합성세제를 붓고 있는 부인을 보고 『합성세제는 얼마나 넣는 것이 정량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세제의 봉지를 보니 물 1ℓ에 1g씩 넣으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런데도 계량할 만한 용기가 없는 농어촌에서는 주부들이 순전히 감각만으로 세제를 붓고 있었다.
안씨는 플래스틱 숟가락과 대야를 들고 근처 국민학교를 찾아 과학교사의 도움으로 숟가락에 합성세제의 g과 대야에 ℓ표시를 할 수 있었다. 이 숫가락으로 합성세제의 양을 계산해보니 그사이 5∼12배나 되는 양을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안씨는 부인과 상의, 지시대로 1ℓ에 1g으로 빨래를 해보았더니 세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후 안씨는 농약사용에서도 「물5ℓ에 1cc를 섞으라」는 등 농촌에서는 도저히 실천하기 힘든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 어린이 완구용 폴래스틱 주사기를 실생활에 도입했다.
이 같은 합성세제 숟가락과 농약용 주사기의 보급이 처음에는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으나 결국 1백62가구로 구성된 리개발위원회에서 이를 「마을과제」로 채택, 지금은 한마을 모두가 사용하게 됐다.
안씨는 지금도 음로수병 등 쓰고 버리는 모든 용기마다 계량단위를 표시해 각 가정에 나누어주는 일을 벌이고 있는데, 바가지·음료수병·물바가지 등 각종 생활용품에 계량단위를 넣어 생산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이만영교감의 수상내용은 학교의 과학화. 대구에 근무하던 이교감이 81년 취임한 곳은 교직원 7명에 6학급, 전교생 2백46명인 바닷가 조그만 국민학교 였다.
이교감은 해풍때문에 나무 몇 그루밖에 없는 이 학교를 과학화시키리라고 마음먹고 몇가지 아이디어를 실천해 나갔다.
그중의 하나가 전화와 타종의 자동화. 이 학교는 고용원 1명이 있었지만 맡은 일로 시간을 맞춰 타종을 할 수 없어 수업시간은 들쭉날쭉 이었다. 이교감은 자신이 담임하고있는 교실에 전선을 끌어 학교의 앰프와 버튼을 연결시켰다. 이런 시설을 이용해 이교감 자신이 수업중 시간이 되면 칠판 밑에 버튼을 눌러「수업 끝」을 알리게 되고 나서는 일정한 수업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교무실 전화기도 교실과 연결, 교장선생님이 출타 중 비어있는 교무실로 오는 전화를 받도록 했다.
또 이교감은 나무 몇 그루에 울타리조차 없는 학교미화를 위해 소금기 많은 해풍이 심한 지역에 심을 수 있는 나무의 특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해풍지역은 가을에 나무를 삽목해야 뿌리가 활착된다는 사실을 발견, 지금 l천5백 그루의 사철나무를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든 온실에서 키우고 있다. 내년 봄에 나무를 학교둘레에 심어 황량한 학교 분위기를 푸르게 하고 자연의 담장을 만드는 것이 이교감의 꿈이다.
그밖에도 교실마다 태양열 도시락 보온기를 설치, 사시사철 어린이들이 더운밥과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을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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