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리턴' 조현아 보직 사퇴 "너그러운 용서 구한다"…직위는 왜 그대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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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보직 사퇴했다. 하지만 부사장직과 등기이사를 계속 유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은 9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큰딸인 조현아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과 국민께 죄송스럽다.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조현아 부사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기내서비스·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CSO)을 맡아왔다. 그러나 대한항공 부사장 직위와 칼호텔네트워크·왕산레저·한진관광 대표이사 등 다른 계열사 직위는 그대로 유지한다.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 참석했던 조 회장은 이날 귀국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주재하고 조 부사장의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조양호 회장은 “(조 부사장이) 업무 중이었지만 고객에 불편을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행 KE086 여객기에 탑승한 뒤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인 여객기를 탑승구로 후진시켜 논란을 빚었다. 이 여객기는 사무장을 내린 후 다시 출발했고 10여 분 연착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먼저 고객 의향을 물은 뒤 땅콩 등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서 내와야 하는데 봉지째 갖다준 게 매뉴얼과 다르다고 문제 삼았다.

세계 유력 언론들도 이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과 가디언지 등 권위 있는 언론들도 이번 사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한 사실과 조현아 부사장의 이력, 그리고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11분 늦게 착륙했다는 사실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대한항공은 지난 8일 밤 9시경 조현아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공식 대한항공 사과문을 냈다. 뉴욕발 서울행 항공기의 출발이 지연된 것에 대해 “승객에게 불편을 끼쳐 사과한다”고 했다.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 시킨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사과문에 “사무장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으며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며 해당 사무장의 잘못을 묘사하는 데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또 조현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해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 설명해 논란을 빚었다.

조현아 부사장의 문제 제기가 당연한 일이라는 사과문은 파장을 더 키웠다. 네티즌들은 ‘사과같지 않다’며 더 거세게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과문을 담은 기사를 링크하며 “기가 막혀서…여기가 북조선인가”라는 글을 남기도 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회사가 조 부사장의 중대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책임은 기장이 ‘탑승구로 돌아가야 한다’고 (관제탑에) 보고하게 한 조 부사장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조 부사장 관련 문제는) 사실 관계에 기초해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해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부당한 압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경로를 변경한 사람은 1~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참여연대는 조현아 부사장을 항공법과 항공보안법,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조현아’ ‘대한항공 사과문’ ‘조현아 보직 사퇴’.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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