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출 목표 28∼30억불 미달| 신장률도 3.3∼4.7%로 최저|「수출의 날」계기로 본 올해의 수출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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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은 수출에 가장 고전했다. 30일이 수출의 날이지만 잔치 기분을 즐길 여유가 없다. 수출목표도 미달하고 수출 신용장이 줄어 앞으로의 수출은 더 걱정이다. 세계 경기도 안 좋았는데 다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벽에 부딪친 것이다. 올해 수출은 당초 목표 2백45억∼2백50억 달러에 28억∼30억 달러나 못 미칠 2백17억∼2백2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에 67, 75, 79년에도 수출목표를 달성 못했으나 이땐 차이가 근소했다. 금년 수출 예상액 2백17억∼2백20억 달러는 작년보다 불과 3·3∼4·7% 는 것이다. 수출 사상 최저 기록이다. 62∼81년간의 연 평균 신장률은 36·5%, 70∼81년에는 31·8%였다. 과거 신장률 최저는 75년 15·2%, 그 다음이 80년 16·3%. 지난해는 19·9%였다. 신장률이 올해 들어 한 자리 숫자로 뚝 떨어지게 됐다.
더 큰 걱정은 내년 수출이다. 10월말 현재 신용장 내도 실적은 1백34억 달러로 작년보다 8·9%나 줄었다.
수출 주문동향으로 보아 내년에는 섬유류·합판·설탕·혁제품·시멘트·비료·타이어·컨테이너·시계류·가정용 전자 기기·자동차·문방구류 등이 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같이 세계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해에 수출이 호조를 보였던 품목은 일종의 전천후 전략 수출상품에 해당한다.
경기와 관계없이 해외에서 꾸준히 사는 품목이다.
산업용 전자 기기 (10윌 말 수준 증가율 57·3%) 철강제품(15%) 선박 (81·3%) 신발류(12·1%) 컨테이너(12·1%) 완구·인형 (21·1%) 냉동어류 (18·2%)등이 대표적이다. 합성 수지제품·가죽 가방 등은 지난해 수준.
대자수출상품으로 총 수출의 30%나 되는 섬유류는 세계경기에 민감하여 올해에는 지난해 실적을 3%나 하회.
가정용 전자 기기·타이어·합판·설탕·자동차·원양어류·금속제품·기계류 등도 작년보다 적게 수출됐다.
올해에는 일본·서독·프랑스·중간·중남미에 대한 수출이 부진했다. 지난해에는 중동·중남미가 새 시장으로 크게 각광을 받았으나 중간의 특수는 한물 간 것이다.
10윌 말 현재 일본·홍콩·대만·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세아 지역 수출은 지난해 수준 (0·6%증가)이며 대만·홍콩에 대한 수출이 특히 부진하다. 대일 수출은 1·9% 증가했을 뿐이다. 중간에 대해서는 6·4%, 서독은 7·3%, 프랑스는 38·4%, 중남미는 10% 줄었다.
특기 할만한 것은 미국과 함께 2대 수출시장인 일본에 대한 수출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점이다.
작년 대일 수출은 34억4천만 달러로 전체 수출에 대한 비중이 16·4%였으나 올해(10월말)에는 15·5%로 낮아졌다. 일본의 무역장벽이 차차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비중이 81년26·5%에서 올해 27·8%로 높아졌다.
종합상사들의 수출비중이 높아지고 무역업체의 대형화추세가 뚜렷해졌다.
종합상사들은 광범한 정보·세일즈 조직을 이용,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종합상사들의 수출비중은 처음으로 1백억 달러 수출고지를 점령한 지난77년에 21·6%였던 것이 78년에는 27%, 79년 33·9%, 80년 41%, 81년 43·3%로 매년 증가 추세였다가 올해에는 10월말 현재 50·5%에 이르게 되었다.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10개 종합상사가 실어낸 것이다.
지난해 수출실적 1위는 대자의 18억5천만 달러였다. 그러나 올해는 현대종합 상사가 25억 달러의 고지를 점령했고 대우·삼성이 20억 달러의 실적을 기록. 새로 10억 달러의 실적을 올린 업체가 2개, 1억 달러 수출업체가 5개나 생겼다.
수출업체의 대형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82년은 수출사상 최악의 해』라는 것이 상공부와 수출업계의 공통적인 실토. l년 내내 상공부는 『무책이 상책』이라며 수출이 부진해도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말없이 신제품 개발·새 시장개척 등 수출 증대에 힘써 온 역군들이 많았다.
지난해 수출실적 대비 올해 (81년11월∼82년10월) 수출 신장률이 3백% 이상인 업체가 28개나 됐다. 1천% 이상인 업체만도 대자조선(2천8백24%), 대일 고무(2천5백98%), 대림엔지니어링(6천1백51%), 동일화성(1천7백12%), 안강무역 (1천1백30%), 두아산업 (9천1백11%), 영하산업두 (1천5백53%)등 7개 업체다.
신장률 최고기록인 두아 산업은 실적은 2백39만 달러 밖에 안되지만 사원 12명의 소규모 무역회사로 지난해 회사를 설립, 스웨터 품목 하나로 비약의 기틀을 잡았다.
같은 중소기업으로 영하 산업 사는 1개에 6달러씩 하는 카메라케이스 제조업체로 소액수출로 신용을 지켜 2백만 달러의 실적을 기록.
이밖에 대열산업기계는 손수레·공구박스 등을 일본 등지에 4백20만 달러 어치나 수출, 신장률이 3백30%였고 쥐치포·냉동어류 전문인 안강 무역의 수출실적은 6백30만 달러. 낚싯대로 유명한 조광 산업은 성장률 7백80%에 실적이 2백40만 달러. 세계 패션계에서 국산모자가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안모자(대표 백성학)는 1천여 가지의 각종 모자를 제조, 37개국에 올해 컨테이너 1천대 분인 2천2백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수출실적은 안 좋아도 외화 가득률은 약간 나아졌다. 지난 70년 55·3%이던 것이 77년 65%. 79년 67·9%. 81년 68·2%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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