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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우리 식탁' 안전 우리가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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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월 27일부터 8월 초까지 중국 등 식품안전 취약국에서 수입된 장어 등 어류에서 발암 가능성 때문에 사용이 금지된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안겨줬다. 이 물질은 국내산에선 일절 검출되지 않았지만, 애꿎게도 국내 장어 관련 산업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중국산 먹거리가 우리 밥상을 점령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중국산 저질.부정.불량식품이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산 맥주에선 유해물질인 포름 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중국 KFC사의 닭고기에선 소스류엔 사용해선 안 되는 수단 색소가 나왔다. 또 찐쌀에선 표백제가, 인삼에선 농약이 검출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 밖에 중국산 김치의 국내산 둔갑, 중국산 건강보조식품에서 간기능 손상물질 검출 등 이루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는 식품 생산 기반이 근본적으로 취약해 수입 식품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 우리 국민이 매일 섭취하는 열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 식품으로 채운 지도 오래됐다. 전체 가공식품 원료의 80% 이상을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저질 식품의 수입이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중국산이 그 선봉에 서 있다.

중국산 불량 먹거리가 범람하는 일차적 이유는 중국의 생산.유통과 시설이 낙후된 탓이다. 식품의 제조와 유통을 담당하는 인력의 수준이 낮고, 체계적 위생관리체제도 구축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허술한 검역체계, 수입업자들의 무분별한 수입, 전체 수입물량의 약 10%인 보따리상들에 의한 검사의 사각지대 등 우리 탓도 크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첫째, 수입식품의 검사.관리체계에 정부 부처 간 협조 체제가 강화돼야 한다. 수입식품 검사업무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농림부.해양수산부 등에서 분산 관리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둘째, 수입식품에 대한 검사의 강도를 대폭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식의약청 등 관계기관의 검사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형식적인 서류검사 이외에 더 많은 시료를 대상으로 더 잦은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베트남 등 위생취약국의 경우 별도의 리스트를 만들어 중점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나라 식품 수출입 관련 외교 능력과 위상 강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식품 수출 시 통관 억류 국가 10위에 랭크돼 있다. 또 유럽.일본 등 다른 선진국으로 먹거리를 수출할 때에도 해당 수입국가로부터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각종 선행요건을 반드시 지키도록 요구받고 있다. 이는 우리 수출 식품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입 식품에 대해 이런 요구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식품을 놓고, 국가 간 교역의 경제적 효과만을 따지거나 강대국 눈치보기에 급급해선 안 된다. 이번 중국산 장어 사건에서도 중국 정부의 조치는 흡족하지 않다. 장어제품의 수출을 자율적으로 잠정 중단하고, 검사를 강화하며, 장어 수출업체의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이 전부다. 우리도 해당 제품의 통관 금지, 관련 제품 폐기로만 일단락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식탁의 안전성에 대한 책임이 중국 등 취약국가의 불량 먹거리에도 크게 있음을 외면한 채 국내 식품제조업체만 두들겨댔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국내 식품업체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국내 식탁을 위협하는 진짜 원흉인 중국산 수입식품의 안전 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식품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