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걸고 득도의 길에…|창오종 범어사종신수도원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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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종전 간부직이나 사노주지 자리를 일체 구하는 바 없이 오직 죽는 날까지 오도를 이루기 위한 정진에만 전념하겠다는 스님들의 「종신결사」가 결성됐다. 불교조계종은 최근 부산 범어사에 한국불교사상 처음인 종신수도원을 설립, 머나먼 수행의 길에 들어서는 9명의 비객을 입방킴으로써 비종사에 길이 남을 수행의 금자탑을 쌓았다.
범어사 극락전에서 종신수도 결두식과 수도원개원식을 갖고 입방한 선객은 김지효·손생화·이장우·최평중·임도만·오빈전·양만화·윤철뢰·이광제스님 등.
종신수도원은 일단 입방하면 다시 되돌아 나올 수 없는 불퇴전의 용맹정진만이 있을 뿐이다.
전통적인 불가의 용맹정지인 「무문관」수행과 같은 성격의 오도행이다.
그러나 무문관수맹은 3년, 5년 등으로 기한을 정하고 들어 가는데 비해 이번 결사된 종신수행은 죽을 때 무기한이라는 점이 다르다.
또 범어사수도원의 종신결사는 개별적으로 입방하는 무문관과는 달리 여러명의 도양이 함께 결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극락전 사방에 담을 치고 『외인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박아 놓은 범어사종신수도원.
입방한 9명의 스님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종신수행의 뜻을 세웠던 연회들이다.
특히 범어사주지인 지만스님의 이번 입방은 회원의 화제를 모았다. 많은 승려들이 그처럼 구하는본사주지직을 헌신짝 버리듯 떨쳐버리고 고된 수행의 길섶으로 선뜻 들어선 그의 무욕은 오늘의 유전풍토에 한줄기 명모지수의 흔괘한 교훈을 던져주었다는 이야기들이다.
지희스님은 과거 서울 삼각산 무문관의 두문불출 수행을 했던 연객으로 종신수행의 여건이 갖추어진 수도원만 생기면 달려들어가 대각의 돈오에 전념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는 범어사주저를 맡으면서 자신의 발현으로 종신수도원 건립을 계획, 2년동안의 보수공사끝에 극락전을 새롭게 단장하고 결사를 해 「수행전념의 길」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불교 창오종의 범어사 종신수도원 개설은 한철의 결제기간 수행도 제대로 못지키는 채 흐트러지는 예가 많은 불교계 풍토에서 연맥을 잇는 수행의지가 담긴 커다란 자각으로 볼 수 있어 더욱 돋보인다.
특히 이시대가 적극적인 교화승과 함께 수도전념의 수도참용 갈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이 같은 종신수햅도장의 출현은 높이 평가할 만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범어사종신수도원은 흔히 많은 산사의 수행도량들이 이제 관광객들의 물길에 찌들어 소음공해 속에 묻힌 채 수도장의 여건을 상실했다고 걱정하는 「탄식」을 극복한 좋은 예 이기도하다.
시대가 변해 산사를 찾던 고시공부는 도회 속 빌딤을 선호하며 전축을 시끄럽게 틀어놔야 공부가 더 잘된다는게 체질화된 현실이다. 이같은 시대조류에 비추어 부산이라는 대도시속의 사찰이 불가 전래의 상식을 뛰어넘어「도회의 무문관」을 개설한 것은 앞으로의 한국불교합방을 가름할 훌륭한 표본을 던져주었다고 볼 수 있다.
닭울고 개짖는 소리가 안 들리는 고요하기 만한 곳이라야 한국불교의 정신적 고향인 비실이 위치할 수 있다는 전통이 이제현대화 물결속의 도시소음을 극복하고 우뚝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만스님의 입방에 따라 앞으로 수도원 비객들의 뒷바라지를 말게된 범어사 대리주지 일미스님은 『오도적 삶이 꿈틀거리는 뜻있는 스님들의 수행정진을 도와 한국볼교의 비돈을 이을 도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연객들의 마음속에 둘러진 고요와 징적의 담벽이 과학문명의 소음공해를 거뜬히 차단시킨 수도원안의 스님들온 두문뷸훌출 정진과 하오부식 등 오직 고된 수행의 길만을 걷는다는 것.
1천6백년 한국불교사에 예가 없는 이번 회계종의 「종신 무문관수행결사」는 거듭 일그러져온 한국불교의 이미지를 크게 쇄신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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