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까소네정권과 한일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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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나까소네」(중증근강홍)가 일본수상에 선출됨으로써 한반도에서 이해가 마주치는 일본, 중공. 소련 세 나라에 새로운 지도체제가 거의 동시에 등장했다. 이 세 나라에서 일어난 지도층의 교체가 바로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만큼 대외정책의 전환을 예고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의 안정이 그리 크지 않은 충격에도 흔들릴 정도의 세력균형 위에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스타일의 변화나 정책상 우선순위의 약간의 이동이 있어도 그것을 우리가 느끼는 파장은 적지 않다.
특히 일본의 경우 역사 왜곡이다, 경협협상이다 하고 우리와 불편한 관계에 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가장 가까운 우방이요, 한일협력은 미국의 아시아정책의 대전제로 이 지역 안정의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나까소네시대」의 등장은 우리에게 일본정계 보수 진영 내에서의 얼굴 바꿈 이상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나까소네」는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민족주의자, 반공·친미주의자로 통하기 때문에 그의 정책노선은 지난 28년간 자민당내각이 지켜온 큰 테두리는 벗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나까소네」는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는 과거 어느 수상보다도 개방적, 적극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가「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라는 비유를 즐겨 쓰는 데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은 미일안보협력을 축으로 하는 동북아시아지역의 안보체재에서 방위분담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방위청장관시절 이래 그의 지론으로 삼고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GNP 1%이내」라는 지금까지의 틀을 깨고라도 방위비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나까소네」의 주장이다. 지금미국이 일본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1천해리 이내의 해상 수송로방위의 구상도「나까소네」 가 제일 먼저하나의 시안으로 제시 했던 것이다.
그는 정치초년의 열혈시절에는 미국의 일본점령정책을 비판하여 국수주의자 또는「일본의 드골」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의「성숙한 나까소네」는 미일협력을 일본의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고있다.
그가 2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방진영의 일원으로서의 일본의 역할을 강조한 데서도 그의 보수, 반공, 대미경사를 알 수가 있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그의 대한자세는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릴만한 자료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최근 개인교수를 두고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지도자가 특정한 이웃나라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은「양날의 칼」처럼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과서 시비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경협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한일 간 현안으로 남아있는 지금「나까소네」가 자민당총재로서의 첫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은 두 나라 협력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밝은 징조라고 하겠다.
우리는 매사에 소극적이었던「스즈끼」 전수상과는 대조적인「나까소네」가 행동파 적인 추진력으로 경협의 조속한 타결과 국교정상화 이래의 숙제로 쌓인 무역불균형의 시정에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반면에 그의 지나친 보수성향과 방위력증강에 관한 적극적인 자세에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함께 경계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말하는 방위력증강이 전면적인 일본재무장으로 발전된다면 그것은 이 지역에서 새로운「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나까소네」의 집권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그는「다나까」파의 그늘을 벗어날 수가 없고 따라서 그가 자신의 정책을 적국 추진하는데는 당내와 여론의 견제가 있을 것이 예상되어「나까소네」시대의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부상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는「나까소네」내각이 한-미-일 3각 협력체제의 틀 속에서 한편으로는 일본자신의 방위력을 증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방위태세강화에 경제적으로 기여하여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권력개편이 예시하는 새로운 사태에 대비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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