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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보다 『가능성』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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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참신한 목소리로 문단에 선선한 자극을 주는 문인들이 탄생하는 신춘문예는 우리 문단의 연례적인 큰 행사이다. 신춘의 등용문을 두드려는 많은 문학지망생들은 지금 마지막 원성의 희열과 고통을 함께 맛보고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사는 올해로 17회째를 맞으면서 단편소설·시·시조·희곡·문학평론 등 5개 부문에 응모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12월10일 마감을 앞두고 장윤익씨(평론가)·박범신씨(소설가)·김원우씨(소설가) 등 세 사람이 모여 신춘문예의 의의와 새로이 문단에 나오려는 사람들이 가져야할 자세를 대담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장윤익=신춘문예는 지난 30년대부터 시작되어 우리 문단에 큰 자취를 남긴 많은 문인들을 낳았고 지금 문단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신춘문예 출신입니다. 이만큼 신춘문예는 우리 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박범신=신인으로 등단하는 케이스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신춘문예는 새로이 문단에 나오겠다는 사람의 재능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하겠습니다. 공정한 제도라 하겠지요.
김원우=신춘문예는 지연·혈연·친소감 등이 완전히 배제되고 그야말로 실력하나로 평가 될 수 있다는게 큰 장점이지요.
박=물론 문제점도 있겠지요. 작품 하나로 한사람의 묵인이 탄생하는 것인데 그 사람의 역동이나 가능성애 대해 완전한 평가와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생각해 보아야겠지요.
장=신춘문예는 완벽한 작품을 얻어낸다기보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데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니 만큼 심사과정에서 가능성에 중점이 주어졌으면 합니다.
김=우리 문단은 지금 양적으로 그렇게 풍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만큼 많은 신인을 내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박=신인들이 많이 나와서 새로운 감각·소재·기법으로 기성문단에 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장=신춘문예는 신문이란 대중매체를 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고있어요.
김=외국의 경우 신춘문예라는 제도가 없는 줄로 압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신춘문예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들은 출판사 등에서 투고된 작품을 실력 있는 문인으로 구성된 고문들이나 편집위원들이 검토하여 출판하는 제도가 확립되어 있지만 우리경우는 출판계가 영세하여 신인배출을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춘문예는 앞으로 더 존속되어야한다는 당위가 생겨납니다.
장=요즈음의 신춘문예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보지요.
최근 2∼3년간은 좀 침체된 느낌이 드는데요.
새로운 목소리의 등장이 아쉽습니다.
박=최근 와서 신춘문예 스타일이라는 것이 생겨났다는 말을 들어요.
신인답지 않게 곽 짜인 작품을 써내려고 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김=시대 상황과 관계되는 일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보다 치열한 자세를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인간관계, 사회관계, 사물을 보는 독특한 눈이 필요합니다. 기성문인들의 흉내를 내는 일은 피해야겠지요. 시쪽을 이야기하자면 무게 있는 내용이 담긴 것보다는 기교·감각에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박=소설쪽에서도 문장이 기교에 흐르는 것 같은데….
김=우리가 처해있는 시대 상황을 생각한다면 우리문학은 앞으로 해내야 할 일들이 중첩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삶 자체로 부딪쳐나가겠다는 문학에 대한 각오를 가진다면 기성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박=그래야만 등단도 할수 있고 그후로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문학은 고통스러운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신춘문예 문을 두드렸으면 합니다.
장=신춘 문예는 사실 통과한 다음부터가 본격적인 출발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박=그만큼 자기정리를 한 상태, 실력을 쌓은 상태에서 신춘문예에 임해야하겠지요. 가끔 예심을 보다보면 전혀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응모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진지한 자세가 결여된 경우라 하겠지요. 원고지 쓰는 법도 잘 모르는 채 작품을 써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성실한 자세를 가졌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장=그런 경우도 간혹 있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신춘응모 작품은 그 작품을 대하기만 하여도 문학에 대한 열기와 각오가 보입니다. 지금 우리 문만은 흔히 하는 말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그것은 새로움에 대한 요구가 충족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시대의 문제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패기 있고 수준 높은 작품을 기대해 봅시다. <정리=임재걸 기자>

<참석자>
장윤익(평론가)
박범신(소설가)
김원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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