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 학력보다 어학, 어학보다 서비스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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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화려한 로비에 멋진 근무복, 친절하고 상냥한 얼굴. 국내외 저명인사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는 사람들. '호텔리어'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런 매력때문에 호텔 근무를 희망하는 구직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호텔리어들의 일은 화려함보다 고단함이 더 많다. 매일 7~8시간 서 있어야 하는 경우도 흔하고 정시 출퇴근은 꿈꾸기 어렵다. 그들이 일하는 곳은 손님들은 볼 수 없는 호텔의 구석진 통로로 통해 있는 후미진 곳이다. 호텔에는 정복을 입고 일하는 직종뿐 아니라 객실 예약에서 짐 운반.주방 등 수많은 분야의 일들이 있다. 호텔 취업과 근무 분야 등을 알아본다.

◆ 수시 채용이 대세=인터컨티넨탈.신라.롯데 호텔 등 주요 호텔은 기본적으로 수시 채용을 한다. 결원이 생기면 각 호텔의 홈페이지나 채용정보 사이트 등에 모집공고를 낸다. 따라서 호텔 근무 희망자는 홈페이지 등을 수시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력서를 미리 제출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호텔 근무는 남녀차별이 적어 여성에게도 승진 기회가 많은 편이다. 신라.프라자 호텔처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호텔의 경우 관리.지원 부문은 그룹 공채로 채용해 호텔로 발령내기도 한다. 주요 호텔의 경우 직원 채용시 대부분 2년제 대졸 이상을 기본 학력으로 요구한다.

고객의 짐 운반과 보관, 객실 관리, 식음료 등의 업무는 2년제 대졸, 외국어능력 등이 필요한 프런트 데스크나 재무 등 지원.관리부서는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요구한다. 요리.제과.꽃장식 분야 등은 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우선 채용한다. 호텔경영학과나 관광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호텔 취업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외국어 실력이나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이 필요하기에 전공에 크게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학력 제한은 있지만 대부분의 호텔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학력보다는 직무 능력을 중시한다.

일반적으로 지원부서 근무자는 지원부서에서, 영업부서 근무자는 영업부문에서 계속 근무하기 때문에 두 분야 간 교류는 활발하지 않다. 최근에는 경비.주차뿐 아니라 객실관리 등도 외부업체에 맡기는 호텔들이 늘면서 외주(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연봉은 근무 분야별로 매우 다양한데 수습을 마친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대체로 2000만~3000만원이다.

◆ 서비스 정신은 필수=호텔근무자의 최우선 자질은 서비스 정신이다. 자신이 힘들어도 고객에게는 늘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적성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곳이 호텔이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정기택 인사담당 상무는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등 외국어 능력, 고객중심의 사고 방식, 관련 분야에 대한 업무 지식 등 세가지를 갖춰야 한다"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 마인드"라고 말했다. 그는 "90도로 인사한다고 고객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떻게 해야 고객이 편안하게 받아들일지를 늘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 정신을 지닌 직원을 선발하기 위해 리츠 칼튼 호텔이 1시간에 가까운 1대1 면접을 진행하는 등 각 호텔들은 면접을 중시한다. 입사 후에는 수시로 서비스 강화 교육을 한다.

일반적으로 전체 호텔 근무자의 70% 가량은 객실부.식음료부.조리부 등 영업관련 부서에서 일한다. 객실부에는 호텔 손님을 맞는 프런트 데스크, 승용차 문을 열어주는 도어맨, 객실을 정리하는 룸메이드 등이 속해 있다.

GRO(Guest Relations Office) 혹은 CRO(Customer Relations Office) 등으로 불리는 VIP전용 서비스도 객실부 소속이다. 조리부와 식음료부는 호텔 내 식당과 바 등에서 일하는 조리사.웨이터 등이 속한다. 호텔 내의 운동시설에는 생활체육지도사 등의 자격을 갖춘 전문 강사가 근무한다. 총지배인은 객실 예약과 판매.접객.식당 등 호텔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를 조정하고 종업원을 지휘.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염태정 기자

이렇게 준비했다!
웨스틴 조선호텔 임애신씨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 근무하는 임애신(25)씨는 호텔내에 GRO(Guest Relations Office)에서 일한다. VIP고객을 상대하는 일로 호텔 업무 중 가장 까다로운 업무 중 하나로 꼽힌다. 불문학을 전공한 임씨는 대학시절 '호텔리어'라는 TV드라마를 보고 호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호텔에 취업하기로 결심하고, 대학 4학년 때 영국으로 1년간 어학 연수를 다녀왔다. 호텔 근무에 필수인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다. 대학 졸업 후 호텔에 입사원서를 냈으나 당시 지망한 GRO 부문에 자리가 없었다. 이 때문에 한 항공사에 취직해 3개월째 근무하던 중 호텔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이 때 면접시험을 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다.

임씨는 "GRO는 프런트 데스크 업무와 VIP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외국어 능력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꿰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이 볼 만한 연극.오페라를 추천하거나 맛난 음식점.관광지 등을 소개하고 비행 일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투숙객의 다양한 요구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직접 괜찮다는 음식점을 찾아보고 공연장을 찾기도 한다. 그는 "세계 각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각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적지 않다. 그는 "VIP들은 대부분 까다롭고 불만표시도 적지 않아 늘 긴장해야 한다"며 "조그만 표정 변화도 금방 알아보기에 표정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출퇴근도 일정치 않다. 오전근무일 경우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근무는 오후 2시부터 10시30분까지 일하고 주말과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약속을 하거나 학원에 다니는 등 다른 일을 하기 힘들다.

호텔 취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그는 "무엇보다 성격에 맞아야 하고 자기 통제 능력도 갖춰야 한다"며 "영어.일어 등 외국어 실력 향상에도 힘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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