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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부사장 '땅콩 회항', 주요 외신들 반응 싸늘…"터무니 없는 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조현아 부사장’ ‘대한항공’ ‘조현아’ ‘대한항공 사과문’. [중앙포토]

조현아(40·사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에 해외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Nut rage delayed Korean Air plane(땅콩으로 인한 분노로 한국 항공기가 지연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보도를 통해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한 사실과 조현아 부사장의 이력을 상세히 전했다. 특히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11분 늦게 착륙했다는 사실 등 ‘땅콩 회항’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영국의 가디언 역시 ‘땅콩 분노 사건으로 법적 조치에 직면한 대한항공 임원’이란 제목으로 보도, 견과류 이미지와 함께 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견과류를 접시에 담지 않은 터무니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조현아 부사장이 해당 승무원에게 고함을 질렀다”며 비아냥댔다.

영국 가디언은 ‘Korean Air executive could face legal action following nuts-rage incident(‘땅콩 분노’사건으로 법적 조치에 직면한 대한항공 임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견과류를 접시에 담지 않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조 부사장이 해당 승무원에게 고함을 질렀다”며 비꼬았다. 또 이 기사에는 “앞으로 절대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 이 회사의 수장은 자신의 행동의 대가를 알아야 한다” “(북한의) 고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나은 이상한 순간” 등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트위터 게시물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날 AFP통신도 “조현아 부사장의 행동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한 한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 사건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독일 DPA 통신 역시 “대한항공 회장의 딸, 승무원을 내리게 하다”는 제목으로 소식을 전했다. 스페인 언론 라 반구아디아(La vanguardia),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Le Figaro),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조현아 부사장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0시50분쯤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륙을 앞둔 여객기에서 승무원을 내리게 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항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뒤 승무원의 서비스 품질을 문제 삼아 승무사무장을 내리게 하면서 출발·도착시간을 지연시켰다.

국토교통부는 항공보안관·안전감독관을 통해 당시 항공편에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8일 밝혔다. 조 부사장의 행위가 항로 변경이나 운항 저해로 이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토부는 조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조현아 부사장의 지시로 탑승구를 떠났던 여객기는 ‘토잉카(비행기를 밀어 주는 차량)’에 의해 원래 있던 탑승구로 돌아가면서 이륙과 도착이 10분가량 지연돼 승객 250여 명이 불편을 겪었다.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당시 일등석에 탑승했던 조현아 부사장은 땅콩 등 견과류를 건네고 있는 승무원에게 “매뉴얼대로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승객 의향을 묻고 접시에 담아 견과류를 내와야 하는데 봉지째 갖다 준 것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조현아 부사장은 이후 기내 서비스를 책임진 사무장을 불러 서비스 매뉴얼을 확인했지만 사무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했다. 대한항공 측은 “사무장이 내린 것은 기장에게 상황을 보고한 후 기장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이후 부사무장이 직무를 대신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해당 항공기는 공항 관제탑에 램프 리턴(활주로로 향하다 다시 탑승구로 가는 것)을 요청해 허가를 받았다. ‘램프 리턴’은 통상 기체에 이상이 발견됐거나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실시하게 된다. 기내 서비스 문제로 리턴한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당시 교신기록에 따르면 지상근무요원인 대한항공 운항관리사는 “자세한 것 좀 알려 주세요. (생략) 한 명을 다른 승무원으로 바꿔야 된다는 이야긴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기내에선 “사무장 내리고, 부사무장이 사무장 역할 하고요. 추가로 교대시키는 건 아니고요”라는 내용으로 교신했다. 몇 분 후 운항관리사가 “사무장이 내리게 되면 사무장 없이 가도 된답니다”고 말하자 대한항공은 이륙 절차를 다시 진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현아 부사장이 임원의 지위를 이용해 비행기 방향을 틀었다면 이는 사실상 ‘협박에 의한 기기 조작’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부당한 압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경로를 변경한 사람은 1~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조현아 부사장의 월권행위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대한항공은 8일 밤 입장자료를 내고 “비상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항공기는 탑승구에서 10m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고, 사무장은 매뉴얼을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둘러댔다”며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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