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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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경기회복속도의 감속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올해의 경기회복이 예상외로 부진하자 내년도의 경기예측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세계 유수 기관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회복단계는 내년 말에나 가야 실현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경기회복지연 설은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선창하고있고 뒤따라 각 국의 주요기관들도 그에 동조하고있다.
OECD는 지난7월의 경제전망에서 24개 회원국의 금년하반기 실질 성장률을2·5%(연율), 83년 상반기2·5%,하반기 3%로 예상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83년 하반기도 2%선의 저 성장에 머무를 것이라고 당초 전망을 하향 수정했다.
일본기획청도 83년 말 경기회복만을 들고 나오는 등 OECD의 견해와 보조를 같이하고있다.
세계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비관론의 근거는 무엇인가.
첫째는 경기회복을 선도해야할 미국의 경제동향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에 있다.
미국경제는 금년 2·4분기 GNP실질 성장률이2·1%(연율)를 기록, 반년만에 플러스로 반전되긴 했다.
「레이건」대통령은 7월에 경기회복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3·4분기에는 0·8%로 다시 둔화되었고 실업률은 42년만의 기록이라는 10%선을 넘어 10월중 10·4%에 이르렀다.
미국의 부진은 구주에도 그대로 반영되고있다.
EC위원회는 지난6월 EC전체의 실질 성장률을1·5%로 보았으나 10월에는0·3%로 내려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10월중 EC9개국(그리스제외)평균 10·1%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10%선을 넘어섰다. 그래서 실업자수는 1천1백20만 명에 달하고있다.
선진 권의 경기상태는 세계경제성장의 모델이라고 하는 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치고있다.
아시아 각 국의 성장률은 연초 예상보다 2%정도 떨어지는 4∼6%선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미의 경기부진. 그로 인한 보호무역의 강화로 수출이 둔화되고 그만큼 수입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제환경을 분석하면, 세계경기는 바닥을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회복을 가속화할 기폭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내년부터 매우 완만한 상향과정을 걸을 것이라는 예측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세계경기가 어둠 속에서 탈출하는 조건이 전혀 없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앉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선결조건이다. 미국 GNP의 60%를 점하는 개인소비가 활발해지면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구주, 뒤이어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정부는 내년도 실질성장률을 4·4%,연방은 은 2%로 보고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를 결정짓는 것은 개인소비가 불붙느냐 여부에 달려 있어「레이건」정부의 감세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게 한다. 높은 실업률이 개인소비의 증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있기는 하나 인플레이션의 진정(3·4분기 소비자물가는 연율로 4·2%상승)으로 실질소득이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미국경기의 회복이 세계경기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제조건은 미국 고금리의 시정, 보호무역경향의 완화에도 달려있다.
금리가 저하하면 개도국의 누적 채무 5천억 달러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어 그만큼 숨통을 더 주고 국제신용불안을 크게 늦춰질 수 있게 한다.
보호무역은 세계무역신장을 저해하므로 이를 완화하는 각 국의 협조가필요하다.고금리시정,물가안정,석유정세지속등이 계속된다면 경기자극 책을 선택할 폭은 넓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세계경제의 현 위치와 단기전망을 세밀히 관찰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나가는 노력을 해야한다.
개도국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인 외채부담문제에 대처하여 외환정책을 신중히 끌어 나가야한다.
환율과 수출입 및 외채상환관계를 면밀히 계산하여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조세부담경감. 재정투융자의 효율적 운용으로 내수환기에 주력해야한다.
어려운 세계경제환경은 우리의 대내외 경제정책을 상대적으로 제약하고있으나 지난 몇 년 간의 경험은 귀중한 자료로 활용할 바탕이 되고도 남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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