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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구, 뇌혈관 터져 사경|뇌수술 했지만 의식 없어|산소호흡기로 생명유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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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라스베이가스(네바다주)=이영섭 특파원】 한국의 김득구(23)는 13일 낮(한국시간 14일 새벽) 시저스펠리스호텔 특설 링에서 벌어진 프로권투 WBA(세계권투협회) 라이트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레이·맨시니」(21·미)에게 14회 19초만에 KO패한 후 의식을 잃고 병원에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으나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매며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김득구는 13회에서 「맨시니」에게 많은 공격을 허용한 후 14회에 들어와 머리에 강력한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맞은 뒤 바닥에 쓰러져 KO되고 말았다.
김은 다운 당한 후 로프를 붙들고 일어서려다 다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김은 들것에 실려 인근 디저트스프링즈 병원에 후송돼 2시간반 동안의 뇌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상태가 계속 악화돼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김의 뇌수술을 맡았던 이 병원의 「로니·하마그렌」박사는 『혈관이 파열되는 등 우측 뇌가 많은 손상을 입었다』고 밝히고 『뇌간의 압력을 줄이기 위해 1백cc가량의 엉겨붙은 피를 제거했으나 수술경과가 나빠 소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하마그렌」박사는 『우측 뇌에 발생한 많은 양의 응혈현상이 머리부분에 대한 공격의 누적 때문인지 또는 14회초 김을 다운시킨 오른쪽 스트레이트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하고 『뇌가 작동하고 있는 징후가 없다. 임상학적으론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소생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관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생 가능성 여부는 15일이 고비다. 만약 15일을 넘긴 경우에는 1주일 후에 새로운 고비가 닥쳐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병원 대기실에는 김현치씨 매니저 등 김득구의 스태프진과 20여명의 교민, 그리고 네바다주 커미션의 「로이·테니슨」사무총장, 톱랭크 프러모터측, 경기를 중계한 CBS-TV보도진 등이 수술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또 스프링즈 병원에서 밤을 세운 「맨시니」의 매니저 「데이브·울프」는 「맨시니」가 김의 의식불명에 대해 매우 괴로와하고 있다고 전하고 「맨시니」는 호텔에서 가족들과 함께 김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 이번 대전에서 3명의 부심들이 채점한 바에 따르면 초반 몇 라운드만 우세한 것으로 기록됐을 뿐 「맨시니」가 경기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대전을 주선한 「보브·애럼」프러모터는 사고가 발생한 후 즉석 기자회견에서 링에 오르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의료검진 특별위원회가 선수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때까지 2∼3개월 동안 모든 프로권투경기를 중단하자고 촉구했다. 「애럼」은 김의 부상은 이를 사전에 예방할만한 징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종전의 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하고 김이 단 한발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으므로 「리처드·그린」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킬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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