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영토분쟁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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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해의 작은 바위섬 ‘한스’를 놓고 캐나다와 덴마크가 다투고 있다. [중앙포토]

북극해의 작은 섬 '한스'를 놓고 캐나다와 덴마크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스 섬은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캐나다 엘스미어 섬 사이 폭 100m의 나레스 해협에 돌출해 있는 작은 무인도다. 면적은 1.3㎢다.

캐나다는 최근 군함 2척을 한스 섬 인근 처칠항으로 급파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30년간 방치했던 한스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에는 톰 그레이엄 캐나다 국방장관이 예고 없이 이 섬을 방문하기도 했다. 덴마크는 캐나다의 잇따른 영유권 시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섬이 갑자기 양국 영토분쟁의 씨앗이 된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북극해의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나레스 해협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이어주는 주요 통로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관심 밖에 있었던 한스 섬의 가치가 자연히 높아졌다.

캐나다와 덴마크의 영토분쟁은 1973년 시작됐다. 당시 양국은 나레스 해협을 국경선으로 하기로 합의했으나 한스 섬의 영유권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먼저 상대방을 자극한 나라는 덴마크였다. 1984년 톰 회옘 덴마크령 그린란드 담당 장관이 한스 섬을 방문해 덴마크기를 흔들었다. 그는 한스 섬에 브랜디 술을 묻고 '덴마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덴마크 해군도 2002년과 2003년 이 섬에 상륙했다. 캐나다군은 지난달 그레이엄 장관의 방문 일주일 전 이 섬에 상륙해 캐나다 국기를 땅에 묻고 이뉴이트(캐나다 에스키모족)를 기리는 비석도 세웠다고 UPI통신이 전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한스 섬 분쟁이 북극해 개발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미치지 않은 북극해의 본격 개발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노르웨이.덴마크 등 북극해 인근 국가들은 대륙붕과 천연가스.석유 등 해저자원 개발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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