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비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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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단비가 온다』는 말은 이젠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서울에 내리는 비의 산성도가 날마다 높아지는 것은 9백만 서울시민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지난 5월부터 7월 사이에 실시한 이 조사에서 서울 비의 평균 산성도는 PH5.34로 나타나 2년 전의 5.56보다 급격히 낮아 졌다.
비의 산성도는 보통 수소이온농도를 나타내는 PH로 표시되는데 이것이 식초의 산성도인 PH3에 접근할수록 산성도가 높은 것이며 아울러 대기오염의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는 한 지표가 된다. 그 동안 정부가 갖가지 대기오염 규제책을 동원했어도 사실상 그 효과는 별로 없었다는 결론이 우선 나오게 된다.
산성비의 폐해는 그 동안 여러 나라에서 눈에 보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또 그것이 직접·간접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도 환경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졌다.
우선 그것은 건물, 교량 등의 구조물을 쉽게 부식시킨다.
또 하천이나 토양을 오염 시켜 동·식물의 성장, 번식을 방해하기도 한다.
우리 눈에도 서울시내의 가로수가 최근 몇 년 들어 고운 색깔의 단풍이 들지 않고 갈색이나 회색으로 변하는 것도 대기오염의 결과이며 대기오염 중에도 산성비는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미국 동북부의 여러 호수가 「죽음의 호수」로 변한 것도 연구결과 산성비가 내린 결과였다. 더우기 산성비는 먼지의 형태로 구름에 섞여 떠돌다가 다른 지방에까지 번져 큰 피해를 준다. 미국과 캐나다의 「산성비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산성비는 그야말로 대기오염물질의 총집합체다. 도시가정에서 사용하는 각종 유류, 가스,석탄 그리고 자동차배기가스, 공업단지의 매연, 도시의 먼지 등에서 나온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이 빗물에 녹아 내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성비를 줄이는 노력은 결국 이들 오염물질의 배출을 근원적으로 규제하는 길밖에 딴 도리가 없다.
우선 매연을 배출하는 굴뚝에 대해선 집진 시설을, 자동차에 대해선 저류황유의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비록 이런 조처가 당장의 생활에 불편을 주더라도 대기오염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만 굳으면 단계적인 방법으로라도 반드시 실시해야 될 문제다.
아울러 도시의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공해배출 시설은 순차적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근본적으로 도시의 인구집중을 억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물론 이런 대책은 정부가 이미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또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 것은 안다. 환경보호는 개발의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선진국이나 개도국의 공통된 현상이기도하다.
그러나 자주 제기되는 의문은, 개발이 이룩된 뒤에 인간이 더러운 환경 속에서 살게 된다면 도대체 그 개발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문제다.
환경보호를 위한 투자가 당장은 소비성 경비같이 보이지만 이같이 인간을 깨끗한 환경에서 살게 하려는 원대한 목표를 생각한다면 결코 그것은 비경제적인 투자가 아니다.
작년 국제환경계획(UNEP)의 성명은 『환경보호를 위해 쓰는 돈은 사후의 처리비용보다 장기적으로 보아 절약적이며 인간의 생명을 구원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정부는 대국적 안목으로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오염의 방지에 더욱 힘쓸 것을 권고한다. 비록 오늘의 작은 대책이나마 쉬지 않고 추진하면 국토가 더 이상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영국이 템즈 강의 회생을 위해, 또 「런던 안개」를 걷기 위해 1백여년간의 부단한 투쟁을 벌여온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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