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 사전평가않고 착공부터|환경청의 「환경보전계획」과 앞뒤바뀐 셈|해수역류 땐 생태계 파괴|골재채취 공비조달도 전망 불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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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강종합개발사업이 착공(9월28일)된지도 벌써 한달 여. 3년동안 3천5백억원을 들여, 한강의 모습을 바꾸어놓을 대역사. 그러나 개발사업에는 엄청난 문제점도 안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청이 추진중인 「한강유역 환경보전 종합계획」과의 조정문제, 사전에 실시해야할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채 추진중인 한강직강화와 저수로공사가 가져올 한강하류수계의 전반적인 생태계 변화 등이 그것. 게다가 재원염출도 문제다. 관계전문가들은 따라서 『한반도의 심장을 관류하는 한강을 「되살리고 보전하는」과업은 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계휙아래 시행착오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강개발, 그 문제점들을 점검해 본다.

<문병호·임수홍기자>

<성급한 개발>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환경청의「한강유역 환경보전 종합계획」과 부분적으로 중복되거나 사업의 선후가 뒤바뀌어 있다.
전국적인 환경보전계획수립의 제1단계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환경청의 「한강보전계획」은 한강수계전체 5백14km연변의 2만7천평방km를 대상으로 하는「종합계획」.
지난3월 착수, ADB차관 4백10만달러(30억7천5백만원)를 들여 84년3월 완성예정이다.
서울시의 계획은 그중 서울시계의 하류 36km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적인 개발계획. 원칙적으론 환경청의 종합계획이 성안된 다음 개발계획이 작성되고 추진되는 것이 순서다.이 에 대해 환경청과 서울시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서울시 계획의▲한강 직강화-저수로 굴착▲강변의 2백87km에 이르는 하수차집거(차집거)건설▲4개하수처리장건설은 내용적으로는 환경청이 마련할 계획의 핵심부분을 미리 결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환경청은 84년 한강보전계획 완성 때까지 모든 개발사업을 보류했다가 종합계획완성 후 착수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당초부터 서울시·건설부e등의 각종개발사업과 보전계획수립을 병행하도록 방침을 세웠다고 말한다. 올림픽을 앞둔 서울시의 필요와 의욕에 환경청이 끌려다니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환경청의 한강전역에 걸친 조사사업은▲오염현황및 오염원파악▲오염감소를 위한 사업선정▲사업비산정과 조달방안강구▲투자의 우선순위결정▲각종 법령·제도의 점비등을 포괄하는 종합계획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필요성과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서울시등의 부분적인 사업계획이 계속 앞서가다 보면 결국하나마나한 계획수립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없지 않다.
게다가 대규모건설사업에 「사전」실시가 의무화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번에도 「사후」평가로 낙착됐다. 서울시는 환경청의 통보에 따라 이번계획의 영향평가를 내년3월까지 하기로 했다.

<사업비 조달>
서울시는 총3천4백80억원에 이르는 한강개발사업비중 절반이 넘는 1천7백50억원을▲저수로 경비(5백86억원) ▲고수부지조성 (3백14억원) ▲강변고속도로조성 (8백50억원) 등에 투자할 계획. 이 거액의 공사비를 강바닥에서 긁어낸 모래·자갈 7천만 입방 m를 팔아 충당하는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모래와 자갈 7천만 입방 m는 어디까지나 추정량에 불과하고 설령 그 정도 파낸다 하더라도 건축경기가 여의치 못할 때엔 공사비 마련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시당국은 이 때문에 벌써부터 경기도광주군 동부면미사리의 골재채취작업을 중단시키고 한강에서 파낸 골재의 판로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더우기 탄천하수처리장등 4개 하수총말처리장과 하수로시설에 드는 1천7백30억원을 내년부터 하수도사용료를 받아 충당할 방침이어서 서민가계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강개발이 국가적인 토목사업인데도 정부가 사업비 일부를 부담치 않고 골재를 팔거나 서민의 주머니에 의존하려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로 지적하고있다.

<생태계 변화>
한강에 깊은 수로를 팔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강하류 인천만으로부터 바닷물이 거슬러 올라오는 역류현상.
바닷물이 한강상류까지 거슬러 올라와 염분이 많아질 경우 민물고기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등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하고있다.
지금도 인천앞 바닷물이 만조 때는 난지도까지 밀려든다. 게다가 1년 중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추석전후와 음력3월 초순에는 제2한강교까지 치밀고 올라오기 때문에 앞으로 저수로를 만들어 강바닥이 2m가량 낮아지면 이 물길을 따라 제3한강교나 잠실대교, 워커힐근처까지 바닷물이 역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곽희상·KIST해양연구소 연구실장).
자갈·모래채취로 민물고기의 먹이인 플랑크톤의 서식처가 좁아지거나 파괴된다.
이 때문에 이 민물고기의 먹이가 줄어 특수환경에서 서식하는 희귀어종이 자취를 감추게될 것으로 어류학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한강에는 현재 1백여종의 민물고기가 서식하며 공사구간인 김포대교∼워커힐사이 수역에만도 70∼80여종의 민물고기가 살고있으나 한강개발로 이 어족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채석장허가로 어족이 멸종되다시피한 충남보령군 웅천강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저수로공사는 강폭을 1천∼1천1백m에서 6백50∼9백m로 좁히는 것으로 수면의 넓이가 그만큼 줄어든다. 수표면이 줄면 대기오염물질이 확산되지 않고 뭉쳐져 도시상공에 얹혀있는 「먼지지붕」 현상 (dust dome)이 더 심해져 높은 기온분포를 보이게 마련.
먼지지붕현상에 따른 대도시와 농촌의 기온차는 평균5도나 된다.
또 상류지역인 탄천·중랑·청계천은 하수처리장을 확장 또는 신설, 하수를 정화시킬 계획이지만 난지·안양천변은 초대형 하수관을 묻어 하수를 하류쪽으로 내보낼 계획이어서 방류지점의 만위지점 오염도가 심각해질 전망.
때문에 하류지역의 경우 죽음의 강으로 변해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고 한강물을 농업용수로 쓰는 주변 농토의 오염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변아파트촌을 따라 6∼8차선의 고속도로가 건설되는데 따른 소음공해와 교통사고위험으로 주거환경이 매우 나빠질 우려가 있다.
이와함께 고속도로건설계획에는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강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나, 접근로가 많지 않아 불편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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