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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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얘기가 아니다. 일본사람들이 일본의 장래를 걱정하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우국론 자의 생각과 말에 귀를 기울여보면 남의 얘기 같지 않다.
86, 78, 7l세. 모두 안심입명의 경지에 사는 노인들. 「도꼬」, 「이나야마」,「세지마」.
거의 한 세기를 살아온 「도꼬」옹은 일본의 전경련인 경단연 명예회장. 그러나 「도꼬」는 임시행정조사회 회장 일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한마디로 『작은 정부, 근검 하는 정부』를 위해 행정기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연구, 조사하는 일이다.
그는 「작은 정부」를 반대하는 정치인은 그 이름을 천하에 밝혀 다음 선거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호령할 정도다.
일본의 「경제총리」로 불리는 지금의 경단련회장 「이나야마」는 「도꼬」의 제언이 총논이라면 각논의 입장에서 나라를 걱정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가장 인기 없는 주장을 가장 힘있는 목소리로 외친다.
우선 그의 인플레이션 논은 리얼리티가 있다. 그는 인플레의 원인이 특히 일본에선 임금과 복지에 있다고 직언 한다.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생산성을 앞질러 가면 결과적으로 생산은 되지 않는데 구매력만 부채질하는 격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어진다.
복지도 그렇다. 일하지 않는 사람, 일할 수 없는 사람, 따라서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몫을 나누어주는 것이 복지다. 이것 역시 생산 이상의 것을 복지에 돌려주는 셈이다. 인플레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인플레 요인을 억제하는 길은 무엇인가. 기업 경영자와 근로자의 양식회복이다. 「이나야마」는 주장한다. 기업 경영자는 생산코스트를 기준으로 생산품의 판매가격을 결정하라. 근로자는 생산성을 넘는 부당한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말라. 특히 정부는 그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세지마」는 기업소설 『불모지대』에도 소개된 불사조와 같은 인물. 종전 후 12년 동안의 시베리아 유형생활, 우리나라에 「종합상사」아이디어를 준 「세지마 리포트」의 주인공. 그의 일본 「재정국?논」은 며칠 전 중앙일보 지면에도 소개되었다. 오는 85년이면 일본의 국채 누계는 백조엔. 올해 일본의 세수는 32조엔. 85년부터 일본 정부가 갚아가야 할 국채 이자와 원금상환액은 17조엔. 일본 국민은 나라 빚을 갚기 위해 세금을 내야한다.
그렇다고 증세를 하면 6백만 개의 중소기업이 망하고, 빚 갚기 위해 새 빚을 내면 후대의 짐이 된다.
결국 증세 없는 재정건전화만이 일본의 재정을 구하는 길이다. 정부는 행정기구를 합리화하고, 국민은 더욱 더 부지런히 일해 활력 있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주장들은 목숨을 걸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 일본과 같은 사회에선 그 이해 집단이나 개인에 의한 칼부림이 예사로 있어 왔다. 그러나 이들 노인들은 그까짓 것이 문제가 아니다. 할 얘기는 한다. 일본이 강하다면 바로 그런 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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