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완화|소서 새로운 관심|일 조일 신문이 분석한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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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신성순 특파원】이 달 11일의 소련 타스통신기자 방한, 18일의 소련문화성 「포포프」 문화재 보존국장 방한 등 소련정부관계자 및 언론인들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데 대해 일본신문들은 소련이 대 중공 정책 뿐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정책에도 큰 전환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24일자 아사히 (조일) 신문은 「소련외교, 아시아에서 전환조짐」 이란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소련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을 견제하기 시작했으며 한국과 적극적인 접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찌 (매일) 신문도 이날 「포포프」 국장의 방한이 한반도정세에 미묘한 파문을 일으켰다고 지적하고 그가 한국방문기간을 연장한 사실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포포프」 국장의 방한을 소련이 이제까지의 대 북괴일변도 정책에서 「한반도 외교」로 폭을 넓힌 것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88년 서울올림픽 등 각종 스포츠행사나 문화행사를 통해 한국과의 교류 폭을 넓힐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지난 5일부터 2주일 동안 열렸던 북경의 중소외무차관회담과 때를 같이해 소련관리· 언론인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소련이 중소대립을 전제로 한 아시아외교,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한반도정책에 전기를 마련한 것이며 소련과 아시아각국과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신문들의 분석요지는 다음과 같다.
중공과 대립관계에 있는 베트남의 국가평의회의장 「트루옹· 친」 의 최근 방 소가 모스크바당국과의 불협화음으로 끝난 것도 이 같은 소련의 정책전환과 관련시켜 볼 수 있다.
지난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중소관계의 개선을 호소한 것이 소련의 대 아시아정책전환을 직접 반영한 것인가의 여부는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북경에서 열린 「일리체프」 소련외무차관과 전기침 중공외무차관과의 회담은 79년 말이래 중단됐던 관계정상화 교섭이 3년만에 재개됐다는데 의미가 있으나 양측 모두 기본적인 입장을 양보하지 않고 있어 하루아침에 중소관계가 개선되리라고는 전망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회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서 소련이 대 중공 접근에 의해 새로운 외교의 길을 트고 이에 따른 관계국들간의 관계를 재조정하리라는 가능성을 짚을 수 있다.
소련관계자의 한국방문에 대해 의의를 부여하는 것도 이 같은 분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종래 북괴를 의식, 한국방문을 거부해온 소련이 잇따라 국가기관대표를 한국에 보냈다는 것은 단순히 중공에 접근하기 시작한 북괴를 견제한다는데 그치지 않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외교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소련은 원칙적으로 북괴가 내걸고 있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통일을 지지하고 있으며 작년의 당 대회에서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태로서는 북괴의 평화통일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편 한국은 극동에서의 미국의 대소 군사포위망의 전진기지로서 소련에 대해 위협이 되고 있다.
소련이 안전보장과 경제적 측면에서 대한 관계개선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다만 이 같은 한국과의 접촉이 북한 및 북한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는 중공의 승인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봐야 하며, 이 같은 의미에서 중· 소 접촉이 시작된 시점에서 소련관계자의방한이 있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정책전환을 의미한다면 앞으로 한반도정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중· 소 접근이나 소련의 대한 접근 움직임이 현 단계에선 극히 작은 조짐을 보인데 불과하며, 소련의 진정한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치 않은 만큼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더우기 소련은 중· 소 접촉에서 중공이 제시한 ▲국경배치 병력철수 ▲아프가니스탄 점령군 철수 ▲베트남 지원중지 등 중공이 내건 전제조건들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북한 정책에 대해서도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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